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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촌명인 21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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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맛을 살리기 위해, 혹은 지역 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금도 전국 곳곳의 명인들은 땀과 사랑으로 특산물을 일궈내고 있다. 왼쪽부터 충북 청양 구기자의 명인 성욱씨, 경기 여주 유기농 쌀의 명인 김성주씨, 경남 함양 죽염의 명인 최은아씨.
[사진제공]=(주)다리컨설팅

명촌명인 21인전

고추장 하면 순창이요, 굴비 하면 영광을 떠올린다. 이렇듯 우리네 먹을 거리에는 소문난 산지가 따라붙는 곳이 적지 않다. 이른바 ‘명촌’이다. 이러한 명성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도 한몫 하지만 그 속엔 거의 예외 없이 특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명인이라 일컬어지는-의 얘기가 녹아 있다. 15~21일 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명촌 명인 21인전’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이들의 삶을 포착한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사진 속 주인공 가운데 5인의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소문내지 않아도 절로 퍼지는 명인 이야기

자연 속에서 땀흘린 만큼의 가치를 말한다

1. 충남 청양 구기자의 명인, 성욱씨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도 성욱(55)씨가 청양과 인연을 맺은 때는 1996년. 위암에 걸리고나서다. 자연에 묻혀 심신을 가다듬은 그는 1998년에 본격적으로 무농약 구기자 재배에 도전한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07년엔 유기농 인증까지 취득했다. 특히 지난해엔 비닐하우스에 천장 개폐장치와 스프링클러·관수장치 등을 설치하고 유기농 비료만으로 재배하는 ‘수목형 재배법’을 선보였다. 이는 구기자나무를 기존 것보다 20~30㎝ 높은 80~90㎝로 재배하는 방법. 병충해 등에 강하고 열매를 많이 맺는 것이 특징이다. 또 밑거름은 유기농 비료, 웃거름은 유박과 액비 등을 사용하며 병해충은 천연 제제와 천적 등을 이용해 방제한다.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여느 구기자의 3배값에도 생산 전량이 판매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성씨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사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무농약 구기자는 못난 데다 소출이 30%도 안돼요.” 하지만 못난 구기자가 자신에겐 더없이 예쁜 효자라는 그에게서 티 없는 농심이 물씬 전해진다.

2. 경북 울진 가마솥 조청의 명인 이원복씨
유기농의 메카 울진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꿈꾼다. 야생 약재가 많고 해마다 유기농 축제가 열린다. 이원복씨의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지만 이젠 울진 사람이 다 됐다. 이곳에서 조청을 달인 지 벌써 10년째다. 조청은 엿을 고다가 중도에서 불을 끄고 완전히 졸이지 않은 것을 말한다. 찹쌀 ·수수 ·옥수수 등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찬 엿기름물을 부어 7∼8시간둔 밥알을 눌러 짜서 뽀얀 당화액을 만들고 솥에서 눋지 않게 저어야 완성되는 꿀이다. 이씨는 소나무 울타리로 된 폐교에
서 매일 20시간을 달여 조청을 만들어낸다. 방부제·화학조미료·인공색소가 들어가지 않는 전통제조방식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도라지와 자연산 송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조릿대가 원료다. 어려서 어머니가 가마솥에 달여 내던 그 맛을 찾기 위해서다. 실패도 여러 번했지만, 어머니의 맛을 기억해내려는 간절한 마음은 결국 이뤄졌다. “만드는 과정을 공개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실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스불로 하면 참나무의 향이 가마솥을 통해 전달되지 않죠.” 이씨의 미소에서 어머니의 애틋함이 느껴진다.

3.경기 여주 유기농 쌀의 명인 김성주씨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담한 집 앞에 70여 년 전 할아버지가 직접 흙을 날라 쌓아 만든 토지를 유산으로 물려받았을 때 김성주씨는 고민에 빠졌다. 할아버지께서 무엇을 위해10년 고생을 감수했을까? 고민 끝에 그는 벼농사에 들인 할아버지의 정성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쌀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고객이 주문하면 도정하는 소포장단위의 최고급 쌀 ‘토골미’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토골미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쓰는 것은 기본이고 벼가 바람과 햇볕을 넉넉히 받을 수 있도록 드문드문 심는다. 또 추수한 벼는 건조기를 쓰지 않고 대나무로 짠 틀에 볏단을 거꾸로 널어 말린다.그해 거둔 쌀은 볍씨 상태로 저온 저장탱크에 넣어두고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주문량 만큼 그때그때 도정해 택배로 보낸다. “농부가 흘린땀의 가치를 알아줘야 좋은 쌀이 나옵니다. 소비자들의 신뢰와 농부들의 자존심이 뒷받침돼야 한국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학자보다 농부가 더 어울린다는 김씨는 ‘농부 생활 9년’ 만에 농부의 진짜 고충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4.경남 함양 죽염의 명인 최은아씨
죽염 창시자 인산 김일훈 선생 탄생 100주년이 올해다. 인산 김일훈 선생은 한방 의학 철학 연구에 헌신하고 발명 제품인 죽염의 산업화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도 인산선생을 기리는 학술회·음악회 등이 열리고 있다.최은아씨는 인산선생이 일궈놓은 죽염에 대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선생의 셋째 며느리다. 죽염이 조선시대나 그 이전에 있었다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는 최씨.그 또한 죽염간장인 사리장의 명인이다. 사리장은 해독성분이 뛰어난 약재들인 쥐눈이약콩·유황오리·참다슬기·느릅나무·토종 밭마늘·죽염으로 만든 간장을 말한다. “아버님의책을 읽고 의사의 길을 접었어요.” 열과 성을 다해 가업을 잇는 그에게선 시아버지이자 스승인 인산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이 끝없이 느껴진다. 지금도 함양에는 세계각지에서 죽염의 효능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5.전남 고흥 생즙유자청의 명인 김종남씨
“일본에서 3년 동안 품질 검사를 했죠.”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3년의 세월. 결국 김종남 명인은 한국 유자의 우수성을 증
명했다. 원래 대기업 음료회사의 생산부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고향인 고흥에 내려와 지역에서 헌신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그는 영세한 규모의 유자공장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유자음료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지역에 투신한 전형적인 지역일꾼이다. 제대로 된 유자음료를 만들기 위해 기계를 직접 만들어가면서 고흥유자만의 향과 맛을 지켰으며 마침내 일본의 유수한 업체에 OEM방식으로 납품하게 됐다. 납품을 위해, 일본 업체로부터 받은 3년간의 실사는 돌이켜봐도 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최근 김씨는 고흥유자차 수출성과를 인정받아 제5회 전라남도 수출상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제 그는 최고의 유자차를 생산, 중국·홍콩·일본·대만·미국 등지로 수출해 연간 매출 140억 원 이상을 올리는 기업가다.

그 밖의 명촌명인
6 .속초 아바이 마을 다락방에서 시작한 강원 속초 젓갈의 명인 정진순씨
7 .장인들의 으뜸 장맛. 전북 ‘순창의 장맛’의 명인 한금수씨
8 .조상의 맛을 계승한다. 전북 전주, 궁중비법의 3년 숙황장의 명인 김병룡씨
9 .청정 자연 재료와 순수한 마음으로 담는, 강원 평창 김치의 명인 박광희씨
10. 흔들리지 않는 영광굴비의 자존심. 전남영광 영광굴비 명인 박윤수씨
11 .뿌리와 땅을 살리는 농법, 충남 서산 썬플러스 사과의 명인 윤익로씨
12 .비법으로 전수된 전남 담양의 쌀엿의 명인 유영군씨
13 .궁중에 진상하던 전북 완주 고산향 곶감의 명인 임정규씨
14 .차문화 보급을 위한 50년 외길. 광주광역시 한국茶의 명인 서양원씨
15 .제철 싱싱한 맛이 살아 있는, 전북 군산게장의 명인 김설호씨
16 .600년 종갓집 대를 이은, 충북 청원 가마솥 수제 된장의 명인 김종희씨
17 .유기농은 기본이다. 예술 농법으로 만든경북 울진 예술 된장의 명인 강문필씨
18 .묘목 때부터 고른 1등품 석류의 맛. 전남고흥 석류의 명인 이길만씨
19 .40년 노하우의 집성. 부산광역시 명란의명인 장석준씨
20 .특산물에 지식인의 지혜를 더한 경남창녕의 양파즙 명인 차용준씨
21 .일본 유기인증을 받은 전남 장흥 매실의명인 김준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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