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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사모님'들이 생산직서 뛴다…구인난 이색해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생산직이면 어때요, 남편회사 인력난도 덜어주고 일하는 보람만 느끼면 되죠.” 지난해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우뚝 선 충북음성군대소면성본리의 CTI반도체는 사우부인들이 생산직 여사원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사우부인 가운데 생산현장에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2명. 전체 여사원들의 20분의1에 불과하지만 모두 '간부 사모님' 이어서 이들 덕분에 자칫 메마르기 쉬운 생산현장을 인정과 우애로 가득 채우는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 남편의 회사내 직책은 이사급과 부장급이 각 1명, 차장급이 4명, 과장급 6명 등으로 대부분 30대. 모두 미혼인 다른 여직원 입장에서 보면 '사모님' 으로 불러야 마땅 (?)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언니' 로 통한다.

거북스런 상전이 아니라 나이 많은 동료사원일 뿐이다.

실제 이들은 일이나 급료에서 전혀 차별이 없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기대 이상이다.

회사편에서 보면 훌륭한 애로청취 창구이자 생산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노사공동체의식의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미혼여사원들로선 든든한 카운슬러 선배를 둔 셈인데다 이들 '언니' 덕분에 회사가 작업조건을 열악한 상태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가질 수 있어 좋다.

남편이 차장인 최정미 (崔廷美.35) 사원은 “동생뻘 여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다보니 젊어지는 것 같아 활력을 얻게 됐다” 며 “회사가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근무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CTI가 이렇게 사우부인을 여직원으로, 그것도 생산직으로 채용한 것은 지난해 2월. 회사가 커나가면서 인력난이 점점 심각해지자 김훈 (金勳) 대표사장의 제안으로 전격 실시됐다.

부인을 생산직 여사원으로 입사시킨 정상훈 (鄭相勳.44) 이사는 “사우부인들이 생산현장에 투입되면서 작업분위기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좋아졌다” 며 “앞으로 공장증설과 함께 더많은 사우부인들을 채용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음성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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