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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바람과 눈이 빚어낸 '천상예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제주의 바람에는 빛깔이 있다.

소리에서는 향기가 난다.

아직도 한라산 정상부는 2m가 넘는 눈으로 덮혀있지만 건듯 부는 바람속에서 이미 봄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 어디서 보나 크나큰 엄마 품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한라산. 그 너른 품에는 기생화산인 3백60여개의 오름이 있다.

정상에 오르면 각각의 오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흰눈의 무게에 못이겨 축 늘어진 나뭇가지. 숲은 하얀 장막을 드리운 채 고요속에 잠들어 있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오는 봄을 시샘하듯 흰 눈꽃이 솜사탕처럼 피어 있다.

마치 신 (神) 이 천상 (天上)에 빚은 조각품인양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반도의 남쪽 최고봉 한라산. '은하수를 끌어다닐 수 있다 (雲漢可拏引也)' 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한라산은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지켜 본 제주의 산이요, 민족의 영산이다.

그 머리에는 지금도 사슴의 슬픈 전설이 살아 숨쉰다.

정상에 오르면 성산포가 눈아래 펼쳐진다.

어느 시인의 노래말처럼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는건 바다…' 라는 의미를 알듯도 싶다.

남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마라도와 전설의 섬 이어도가 손짓한다.

한라산 등산로가 지난 1월부터 다음달 말까지 개방됨에 따라 한라산에는 겨울 백록담을 보러오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등산로는 성판악.관음사.영실.어리목 4개의 코스가 있다.

그중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성판악코스를 이용한다.

산행은 성판악휴게소를 지나 원시림사이로 난 등산로에 접어들면서 시작된다.

나뭇가지마다 설화가 곱게 핀 등산로를 따라 2시간30분정도 오르면 사라악대피소 (1천2백m)에 닿는다.

대피소에서 남쪽으로 약 5백m지점에 사라오름이 있다.

한라산의 화산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서 진달래대피소까지는 1시간이 소요된다.

진달래 대피소에 닿으면 눈으로 뒤덮힌 구상나무의 상고대와 그 뒤로 정상이 눈앞에 다가선다.

정상까지는 2시간거리.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제주시가 내려다 보이며 올라온 길 뒤편으로 성판악과 성산 일출봉이 손짓한다.

백록담을 왼쪽으로 끼고 20여m를 가면 관음사코스가 나타나며 여기서는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왕관릉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서북벽의 설경은 겨울 한라산의 백미. 많은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릴줄 모른다.

하산길은 왕관릉~용진각대피소~개미목~탐라계곡을 거쳐 관음사입구 공원관리소로 연결된다.

적십자구조대대피소를 지나 만나는 계단은 얼어붙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총 산행시간은 약 9시간이 소요된다.

한라산 등반은 왕복 9시간이상 소요된다.

시간에 따라 등산로입구와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시킨다.

성판악휴게소나 관음사에서는 오전 9시이후, 진달래대피소와 용진각에서는 오후 12시이후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현재 한라산은 1일 2천명에 한해 입산을 허가시켜 준다.

미리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4 - 42 - 3084) 로 예약해야 낭패보지 않는다.

글·사진=김세준 기자

〈교통편〉

개인적으로 한라산을 등반할 경우 비행기 예약부터 숙식.현지 교통편등 어려움이 많고 경비도 비싸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여행사나 안내산행단체를 이용한다.

여행사를 이용할 경우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지만 안내산행단체는 성판악으로 올라 관음사로 하산한다.

겨울철 한라산 등반을 하려면 가급적 산에 대해 경험이 많은 안내산행단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아시아나항공 (02 - 666 - 4000) 과 대한항공 (02 - 656 - 2000) 의 항공기가 국내 대도시에서 제주까지 수시로 운항된다.

왕복요금은 공항세 6천원을 포함해 서울~제주 12만4천2백원, 부산~제주 8만4천4백원, 광주~제주 5만7천6백원, 대구~제주 10만2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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