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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넥슨 창업자 김정주, 디즈니·닌텐도와 손잡고 공략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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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넥슨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국내 첫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1995년) 출시, 국산 국민게임 1호 ‘카트라이더’(2004년) 출시…. 지난해엔 실적으로도 국내 매출 최대 게임업체에 올랐다.

‘실패를 모르는 벤처기업가’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일본 사업을 한층 강화한다. 그의 왼쪽 배경에는 넥슨의 대박 국민게임 ‘카트라이더’의 캐릭터가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이제 한국 땅이 좁아진 넥슨은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손잡고 해외로 뛰쳐나갈 참이다. 미국 월트디즈니, 일본 닌텐도 같은 쟁쟁한 회사들이 제휴 물망이다. 이런 공격 경영의 중심에 버티고 있는 이가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41) NXC(옛 넥슨홀딩스) 대표다. 실패를 거의 모르는 ‘불패의 경영자’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도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일군 이재웅씨조차 그에게 ‘돈신(神)’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15년간 창업하고 투자하는 족족 성공해 ‘돈 버는 데 통달한 신’ 같다는 평이었다. 일찌감치 자수성가한 것이 오히려 부담이었을까. 오래전부터 일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채 언론과 세간의 눈길을 피해 왔다. 국내외를 주유(周遊)하는 듯하지만, 많이 듣고 보면서 넥슨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넥슨은 올해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 해외 지사를 포함한 연결 매출 5000억원 돌파를 꿈꾼다. 지난해 실적은 연결 매출 4508억원, 영업이익 1439억원이었다. 좋은 파트너와 ‘윈윈 체제’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회사가 디즈니에 팔린다더라’ ‘닌텐도와 제휴한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6일 만난 김 대표는 “당장 회사를 매각하기보다 공동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고 털어놨다.

1차 공략 무대는 일본이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간판 업체로서 최근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게임문화가 달라서인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김 대표는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서 국산 게임끼리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일본이 제2의 내수시장이란 각오로 뛰겠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닌텐도는 일본 시장 공략의 교두보인 셈이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 디즈니랜드라는 엔터테인먼트 타운을 건설해 성공을 거뒀다. 닌텐도는 일본의 간판 게임업체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이후 차세대 성장엔진의 하나로 게임사업을 염두에 뒀다. 닌텐도도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닌텐도DS에 담을 만한 콘텐트로 판단한다고 한다. 넥슨은 경영실적만 따지면 이미 오래전에 기업 공개를 했어야 했다. 해마다 2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인 끝에 지난해 매출(2610억원) 면에서 종전 업계 1위 엔씨소프트(2402억원)를 제쳤다. 영업이익이 968억원에 달하니 이익률 또한 놀랄 만한 수준이다. 사실 수익성 면에서는 엔씨소프트를 앞선 지 오래다.

한국 36위 부자 “불혹 넘기면 큰 그림 그려야”

대작보다 비교적 가벼운 캐주얼 콘텐트로 승부해 성과를 냈다. 김 대표는 “기업공개를 서두르지 않겠다. 오히려 한국에 버금가는 시장을 만들어갈 일본에서 상장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뭘까. 94년 넥슨 설립 후 2000년 전후의 외환위기나 벤처 거품 붕괴 때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내실을 다졌다. 게임사업 나름의 내 원칙을 지킨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게임 콘텐트는 싸고 가볍게 개발한다. 콘텐트는 거창한 철학을 구현하기보다 우선 재미있고 봐야 한다. 올해도 이런 방침 아래 창사 이래 가장 많은 7종의 신작을 내놓는다. 그와 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분은 60%대에 이른다. 그런데도 경영에 직접 간여하지 않는다. “게임회사는 창업자가 경영이나 신작 개발에 끼어들면 창의적 아이디어 잘 안 나와요. 넥슨 고객은 대부분 10, 20대 청소년 아닙니까. 저처럼 불혹을 넘기면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게 옳아요.”

포브스코리아는 얼마 전 ‘한국 100대 부자’에서 그를 36위(3억2000만 달러)에 올렸다. 넥슨이 투자한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지분 4.7%), 동영상 인기 포털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4.9%) 같은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업체의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NHN 지분 시장가치만 4300억원이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는 재테크라기보다 회사가 한창 커야 할 때 도와주는 기분으로 했다. 그 회사들이 잘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서울대 후배들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를 지원하곤 한다. 그는 ‘게임사관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게임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정상원 네오위즈게임즈 제작본부장, 박진환 네오위즈재팬 대표 등이 넥슨 등에서 그와 연을 맺은 이들이다.

◆김정주와 넥슨=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KAIST 전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 넥슨(넥스트제너레이션)을 창업한 뒤 히트 게임을 쏟아냈다. 국민게임으로 불린 ‘카트라이더’는 출시된 2004년 말 온라인게임의 제왕이라는 ‘스타크래프트’(미국)를 제치고 국내 접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 지주회사 넥슨홀딩스를 설립해 올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했다. 지난해엔 네오플(던전앤파이터 게임사)을 인수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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