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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프로야구 시구 이렇게 선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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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아의 본업은 탤런트다. 그러나 야구계에선 ‘홍드로’로 더 유명하다. 지난 2005년 7월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ㆍ삼성전 시구자로 나선 홍수아는 시원한 강속구를 던져 ‘국민감독 김인식’못지 않은 스타가 됐다. 이후 ‘복장을 갖추고 제대로 된 폼으로 던진다’는 의미로 ‘개념 시구’란 신조어가 생기면서 탤런트 박신혜(렌디 신혜), 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스테파니(놀란 스테파니), 배우 윤정희(윤실링) 등이 ‘야구 선수로 전업해도 될 연예인’으로 손꼽혔다. 프로야구의 시구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선정될까.

◇KBO 선정 과정=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의 시구자 선정은 경기 형식별로 다르다. 먼저 매해 열리는 한국시리즈전과 올스타전의 시구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정한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는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가 부각된 뉴스매이커나 공로ㆍ공헌도가 높은 이들을 조사해 시구자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후 KBO 각 부서장급이 모이는 간부회의를 통해 최종 시구자가 결정된다. 별도의 투표나 거수는 없다. “이 정도면 되겠다”는 합의만 있다. 시구자 선정 작업은 통상 두 달 전부터 돌입한다. 현재 KBOP는 올 7월 25일에 있을 올스타전 시구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각 구단에선=한국시리즈나 올스타전을 제외한 경기 시구자는 각 구단별로 선정한다. 시구자 선택권은 홈팀에 있다. 각 구단 마케팅팀은 자신의 구단과 맞는 이미지를 가진, 또는 시의적으로 적당한 인물을 물색해 그라운드에 올린다. 반대로 연예인 매니지먼트사에서 먼저 요청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영화 개봉이나 기타 홍보할 사안이 있을 경우 미리 날짜를 예약해 “시구를 하겠다”고 말해온다. 개인적 인맥을 통해 접촉하는 경우도 있다.

‘홍드로’ 홍수아의 경우다. 두산베어스 마케팅팀 김정균 팀장의 말이다. “홍수아의 매니저가 고교시절 야구를 한 경험이 있어 두산 측과 친분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홍수아가 시구자로 나서면 어떨까 토론이 벌어졌고 05년 두산ㆍ삼성전에 나가게 됐다. 홍수아의 매니저는 캐치볼 연습 등을 통해 그의 폼을 다듬어줬다. 어깨가 워낙 좋아 보통 남자 선수만큼 던지게 됐다.”

연고를 우선해 시구자를 선정하는 구단도 있다. 대전이 연고 도시인 한화 이글스가 그런 케이스다. 마케팅팀 차영학씨의 말이다. “대전(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연예인 중 한 명을 선정해 홍보대사로 지정하고 투수판에 올린다. 지금껏 컬투, 배칠수, 전노민, 정태우 등이 시구자였다. 우리는 ‘사랑의 시구’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린 학생부터 기업체 대표까지 시구를 하는 조건으로 성금을 내게 한다. 연말에 성금을 모아 팀 선수들과 연탄 배달 등 불우이웃 돕기를 한다.”

◇등판 조건=‘홍드로’출연 이전의 연예인 시구자들은 보통 ‘예뻐 보이는’‘맡은 역할’에 따라 복장을 갖췄다. 드라마 ‘여인천하’로 인기를 끈 탤런트 전인화는 2001년 한국시리즈 4차전 시구자로 나섰을 때 한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뾰족구두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보기만 해도 불편해 보이는 정장이 시구 복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은 연예인 시구자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두 굽이 그라운드를 다 파헤쳐놓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홍드로’가 개념시구를 선보이면서 연예인의 시구 복장은 ‘바지+유니폼 자켓’으로 통일됐다. KBO는 07년부터 올스타전 시구자 전용 유니폼을 제작해 연예인에게 선물한다. 미리 연습을 하고 공을 던진다는 점도 시구의 바뀐 분위기다.

과거엔 공을 제대로 못 던져도 애교로 봐줬지만 지금은 팬들에게 혼쭐이 난다. 최소한 ‘노력했다’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일부 연예인은 무대에 오르기 전 단기 훈련을 한다고 한다. KBO 홍보팀 이재형 부장은 “야구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시구ㆍ시타자의 영역은 더 넓어질 것”이라며 “그라운드에 오르는 이들도 팬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대한 좋은 폼을 연습해 공을 던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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