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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 신성철·이영유씨 이색 콘서트…이야기가 있는 '음악여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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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인과 가수는 긴 음악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갑작스레 삭막해진 세상을 버려두고 훌쩍 사라져버릴까. 둘은 고민에 빠졌다.

아니야. 어른과 영문도 모른 채 나라걱정에 빠진 아이들과 함께 떠나야 할 거야. 봄이 오는 인천 바닷가에 모여 상처를 씻으면 어떨까. 아니 상큼한 갯내음이 밀려오는 근처 어디 콘서트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싱어송라이터 신성철 (46) .우리들 기억 저편에 머물고 있는 대중음악인이다.

78년 듀엣 '흰고래' 로 데뷔. 이어 95년까지 '나그네' '들무새' '소리새' 활동. 가수 남궁옥분.임지훈 등에게 노래를 만들어 줬지만 큰 히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95년 어느 날 그는 서울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무심코 발길을 옮긴 곳은 인천. 바다는 가슴으로 쏟아져 들었건만 황폐한 모습이었다.

다시 되살릴 순 없을까. 목이 터져라 노래한들 죽은 바다가 살아 넘치려고. 그 곳에서 잊혀진 단어 들무새 (남의 막일을 힘껏 돕는다는 우리말) 를 떠올린 것은 너무 우연이었다.

발상은 순식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명의 음악인들을 모아 '바다를 닮은 사람들' 을 결성했다.

96년 초가을 팀들과 함께 첫 환경콘서트를 열었을 때의 희열이란…. 이어 들무새라는 이름의 공연기획사를 차렸다.

이문세.강산에.이광조.양희은.유익종.해바라기 등을 항구도시로 불렀다.

그의 말. "어떤 땐 가슴 뿌듯하게, 또 어떤 땐 고통스럽게 무대의 막을 내려야 했다.

뭔가 아쉬움은 자꾸 쌓여 갔는데…. 그것은 '옛 이야기' 를 미처 다 못한 탓이었다. "

제법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움이라고 해야 하나. 병 (病) 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지 모른다.

그런데 어쩌다가 시인 이영유 (48) 씨를 만나게 됐는지. 그는 인천을 본거지로 각종 공연예술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면서도 여러 곳을 떠돌던 인물. 95년 문학과 지성에서 4시집 '홀로 서서 별을 바라본다' 를 낸 이후 '탈선' 해 출판.건축잡지 분야를 맴돌았다.

이씨는 선뜻 말판을 벌이자고 했다.

자신이 쓴 대본에 세상시비꾼인 개그맨 전유성의 말펀치를 붙이면 어떨까. 전씨가 흔쾌히 OK사인을 보냈다.

후배 개그맨 이영자.홍진경과 신촌블루스의 정경화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시인과 가수는 이제 '7일간의 음악여행' 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말판은 오는 22일 '이야기 쇼' 라는 타이틀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시름에 겨운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이어지는 음악여행은 자우림 (24일).박학기/조규찬 (25일).에코 (26일).전인권 (27일).블랙홀 (28일).부활 (3월1일) 로 진행될 예정. 여기다가 말판이 벌어지는 당일날 안양 문예회관에선 금속성 목소리의 가수 김경호가 맞불을 지른다.

정말 맥없을 올봄은 이들 앞에서 얼마나 기력을 찾을 건가.

들무새의 시인과 가수가 걸을 다음 행선지도 궁금하다.

문의 032 - 422 - 5615.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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