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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신마케팅'으로 불황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일본에 김치를 수출하는 영성상사는 지난해 말부터 포장용기를 바꿨다.

유리병 대신 페트통으로 바꾸고, 여기에 김칫국물은 새지 않고 발효가스만 빠져나가도록 고안된 배출구를 부착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종전엔 병에 든 김치가 일본 슈퍼마켓에서 통조림 등과 같이 공산품 코너에 밀려 있었는데, 포장을 바꾼 후로는 신선식품과 함께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차지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 지난해 11~12월 두달동안의 수출액이 연간 전체수출의 60%가 넘는 42만달러에 달했다.

영성은 김치 수출이 지난해 70만달러에서 올해는 1백5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시장조사를 거쳐 용기를 바꿨더니 의외로 효과가 컸다" 고 말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장판도를 바꿔놓거나 수익을 껑충 뛰게 한 신 (新) 마케팅 기법으로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이겨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해 10월부터 '스톡 (재고) 서비스' 제도를 도입한 이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거래처인 약국을 대상으로 '팔다 남은 약품을 보관불량이나 유효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무조건 본사가 책임지고 반납을 받아주겠다' 고 했는데, 제도도입 이후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 물론 처음엔 손실도 적지 않았다.

종전 월평균 5천만원 수준이던 반품액이 1억원으로 증가했고, 그중 절반가량은 약국측 부주의로 파손.변질된 것이었다.

그러나 차츰 거래처가 늘면서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15~20% 늘어났다.

태평양 관계자는 "약국 등 가게 입장에서는 재고관리가 가장 골칫거리인 점을 감안, 이 제도를 도입했다" 면서 "처음엔 회사 안에서도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고객과 서로 신뢰가 쌓이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고 말했다.

또 한국P&G는 지난해 10월 '펜틴 프로V 엑스트라 트리트먼트' 란 샴푸.린스제품을 새로 출시하면서 머니백 (무조건보상환불) 제도를 도입해 재미를 보고 있다.

이는 물건을 써보고 마음에 안들면 무조건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제도. 반품절차도 간소화했다.

그랬더니 제품 값을 30% 올렸는데도 매출량이 2배로 늘어났다.

반품절차도 간소화한 결과 담당인력도 절반으로 줄었다는 게 P&G측의 얘기다.

P&G측 관계자는 "매출의 1% 정도는 교환.환불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실제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0.01%에 불과하다" 고 밝혔다.

이밖에도 회사직원들이 낯익은 구멍가게로 찾아가 자사제품 판매동향.매장별 애로사항을 확인하게 하는 빙그레의 '이웃사촌 마케팅' , 맹인안내견의 식당내 출입을 허용한 TGI프라이데이의 '채러티 (자선) 마케팅' 등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의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기원·유상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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