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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제3의 물결]2.실업대책의 허와 실…'실업 인프라' 아직 걸음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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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업대책은 정리해고와 더불어 노사정 (勞使政) 대타협의 성패를 좌우하는 양대 축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초긴축 재정기조 아래서도 모든 여력을 실업대책에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실업의 고통을 충분히 완화하지 못할 것" 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업자들이 당장 의지해야 하는 고용보험제도는 불과 2년여전인 95년 7월 도입돼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데다 직업훈련.취업알선 체제도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실업에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독한 시련이 닥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예산은 충분한가 = 정부는 당초 1조35억원이었던 올해 실업대책 추진 예산을 추경예산 편성과정에서 4조4천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또 노사정 합의에 따라 6천억원이 증액돼 실업대책 예산은 모두 5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올해 성장률 1%, 실업률 5.0%, 실업자 1백10만명 수준으로 내다본 노동부의 전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노진귀 (盧進貴)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실업자는 최소한 1백50만명에서 2백만명에 이를 것" 이라며 "정부의 실업대책은 전면 보완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직업훈련 대책 믿을 만한가 = 우선 올해 직업훈련 대상인원을 당초 5만명에서 25만명으로 늘리고 4천1백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훈련기회를 갖는 실업자는 모두 35만명. 그러나 문제는 질이다.

화이트 칼라를 위한 직업훈련 과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실업자를 위한 생계보조 형태의 훈련수당이 최대 41만원에 불과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 취업알선 시스템은 제대로 기능할까 = 한마디로 열악하다.

실직자 알선능력은 선진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취업알선기구와 전담직원 수는 일본의 10분의1에 불과하고 취업상담요원 1인당 경제활동 인구수는 독일의 39배에 달한다.

취업정보망의 구인정보량은 10%로 미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정부가 전문상담원 4백60명을 배치하고 주요도시에 인력은행 30개를 설치하는 등 직업안정망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 고용보험은 문제없나 = 정부가 실업급여 대상범위를 올해 7월부터 5인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키로 했지만 이들은 가입기간이 6개월이 되는 내년 1월까지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올 한햇동안은 전체피용자의 48%에 불과한 10인이상 사업장 근로자 5백70만명만이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 현재 가입자들은 실직때 종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임금의 50%를 4개월간 받게 된다.

쉽게 말해 두달치 월급만 받고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평균 4.8개월이던 실업기간이 올해는 7개월로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새로 쏟아져 나오는 45만명의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올해중 2천개의 벤처기업 창업을 돕기로 했다.

한곳에 최고 3억원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생계비.의료보험료.자녀학자금 지원계획도 세워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길상 (柳吉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조정과 실업대책이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가야만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며 기업활동이 활성화돼 궁극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지게 된다" 고 말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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