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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노사정]위기때마다 3자 대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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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노사정 (勞使政) 3자 합의에 의해 노동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노사정의 '3자주의' 가 먼저 뿌리내린 곳은 유럽 대륙국가들이다.

독일의 노사정 협의회는 위기 때마다 합의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191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부터 '노사 동권주의 (同權主義)' 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등 독일의 노사정 합의 전통은 뿌리깊다.

1천2백만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독일이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를 중간자로 한 '협조주의' '산업평화주의' '동반자주의' 등의 원칙이 관행.제도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결성된 노사정의 '고용을 위한 연대' 가 대량실업 해결을 위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제도가 실패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협의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20년대부터 관련 제도를 갖추고 매년 1~2회 노사정 회의를 개최해온 이 나라는 2차세계대전 직후 결성된 노사위원회와 정부 임명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경제위원회 등 3자 대표가 경제재건.완전고용을 목표로 협력해 왔다.

그러나 방만한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재정적자 악화에다 80년대초 12%에 이른 실업률, 연 6%대의 물가상승, 잇따른 기업도산 등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3자의 협력은 붕괴하기에 이른다.

결국 노사정은 82년 '바세나 협약' 을 통해 임금인상 억제.노동시간 단축.사회보장 골격 유지 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금도 노사의 합의 사항은 곧바로 정책으로 실현되거나 입법화될 만큼 3자의 협력은 공고하다.

네덜란드는 독일에 비해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해 임시직.파트타임제 도입이 손쉬운 편이다.

이는 '네덜란드 모델' 로 불리며 이탈리아.벨기에.북유럽 등에서 채택되고 있다.

프랑스는 2차세계대전 이후 노사정 합동회의가 발족돼 노사간의 대립 사안에 대해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기업별로 종업원대표제를 통해 근로자 요구를 받아들이고 기업위원회를 통해 경영 현안을 협의하는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대륙식 모델' 과 달리 영.미식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을 통한 경쟁원리를 중시하고 있다.

미 정부는 근로자 해고시 기업들이 공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자의적인 해고를 막고 있으며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연방알선조정청 (FMCS) 을 통해 합의를 유도한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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