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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비핵화 합의 이행할 생각 없어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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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신제국주의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 교수가 경희대 주최 세계시민포럼에 참석하러 서울에 왔다. 한반도 문제에 일가견을 가진 그를 회의 휴식시간에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세계시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김영희 :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북한은 미국이 대북정책을 짜기도 전에 6자회담 합의를 어기고 핵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아이켄베리 :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결과 저항이 더 유리한 생존전략이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김 : 오바마 정부의 대응은.

아이켄베리 : 식량 원조와 테러국 명단을 제외한 분야에서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김 :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가 성급했나.

아이켄베리 : 아니다. 북한은 지금 테러국가로 행동하는 게 아니다. 북한은 테러 조직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김 : 2년 전 인터뷰에서 압박과 대화의 병행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아이켄베리 : 그렇다. 모든 걸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북한의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 북한의 체제 보장에 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체제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김 :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켄베리 :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수출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해도 패닉 상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북핵을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최상위권에 올려놓지 말아야 한다.

김 : 구체적으로 안보·경제적 혜택을 포기하고 핵 보유국이 되겠다고 하면.

아이켄베리 : 큰 문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면서 대화로 유도할 것이다. 미국은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 중국 하기에 따라 북한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김 : 오바마 정부는 대북정책 수립을 끝냈나.

아이켄베리 :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학과 원칙은 설정됐지만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멀리 보고 있는 것 같다. 클린턴 정부의 말기에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고려했던 걸 생각해보자. 오바마 정부 사람들은 북한 내부의 일부 세력(faction)이 협상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김 : 오바마 정부는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이켄베리 : 그렇다.

김 : 진보적인 오바마 정부와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의 공조에 문제는 없는가.

아이켄베리 : 오바마 정부는 실용적이다. 그들의 입장은 중도 공화당과 비슷하다. 체니의 시각이 아니다. 큰 괴리는 없을 것이다.

김 :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대북정책에서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나.

아이켄베리 : 상당한 수준으로 안다.

김 : 지금이 2019년이라고 가정하자. 북핵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아니면 북한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가.

아이켄베리 : 김정일 정권이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의 북한은 가족경영(Family business) 국가인데 10년 후면 지도자가 바뀌어 군부나 다른 세력이 권력을 잡고 주변 국가들과 협상을 하자고 할 수도 있다. 중국·미국·한국·일본 등은 북한이 무너진 이후를 얘기해야 한다.

김 : 워싱턴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가.

아이켄베리 : 그렇게 안다. 세계에는 많은 위기 상황이 있다. 북한의 위험도를 너무 격상할 필요가 없다.

김 : 북 이 궁지에 몰리면 자포자기로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는가.

아이켄베리 : 가능할 것이다. 특히 정권 말기에 김정일이 병에 걸리고, 여러 당파 중에 강경파들이 도발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과시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박현영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아이켄베리=프린스턴대 석좌교수로 국제정치 전문가. 경희대 해외 석좌교수.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 받고 조지타운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역임. 90년대 초반에 국무부 근무. 브루킹스연구소·외교관계협의회(CFR)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 활동. 『승리 이후』(2001)로 ‘슈뢰더 저비스’ 상 수상. 『경쟁자 없는 미국』(2002),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와 제국주의 야망』(2005)도 그의 주요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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