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고대 가락국 '구지가 (龜旨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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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북아 거북아

네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

- 고대 가락국 '구지가 (龜旨歌)'

가장 오래 된 춤노래이자 집단 주가 (呪歌) 다.

'삼국유사' 는 고대 원시사회의 공동체 풍경을 자주 보여준다.

이 '구지가' 와 같은 것에, 동해 용이 납치해간 미인 수로부인을 내놓으라고 외쳐대는 '해사 (海詞)' 가 있다.

난생설화의 김수로왕이 세상에 나오도록 하는 아홉 마을 지도자를 비롯해 3백여명이 금란 (金卵) 이 나오도록 강력하게 요청하는 노래인 것이다.

그들의 합창.무용은 예술과 동시에 정치였다.

'여러 입은 쇠도 녹인다' 는 옛말이 허사가 아니었다.

이렇게 사회가 시작된 것이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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