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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죄 '스토킹'…단호한 거절이 최선의 방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명강의로 장안에 얼굴이 잘 알려진 A교수는 얼마전 무턱대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한 여학생에 의해 곤욕을 치뤘다.

같은 학교 학생인 B양이 그의 지방분교 강의등 그가 가는 곳마다 어디든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참다못해 B양에게 '상담실로 와 얘기를 해보자' 고 했다가 돌연 B양이 '나를 성희롱 한 책임을 지라' 고 달려들어 고민끝에 학교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A교수의 경우처럼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따라다니며 피해를 주는 신종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명 '스토킹' (stalking) 으로 불리는 이 범죄는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 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기 스타나 옛애인.전처.전남편등의 뒤를 끈질기게 추적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살인까지 일으키는 행위. "20대 여성의 10%정도가 스토킹에 시달린 적이 있을 것" 으로 추정하는 이시형 (李時炯) 교수 (성균관대 의대.정신과) 는 "인격장애자 증가.개인정보유출.발달된 통신수단 증가등 복잡한 현대사회가 이같은 신종 범죄유형을 탄생시켰다" 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80%가 남성이라고 밝혔다.

스토킹은 흔히 미숙한 심성을 가진 '아이같은 어른' 에 의해 저질러진다.

상대방이 좋아 가슴앓이를 하다 마는 짝사랑과는 차이가 있다.

비틀즈 멤버였던 존 레넌과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피살.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대표적 사례들. 스토킹은 미행.편지.전화.선물등 간접적인 방법에서 차츰 방문.협박.감시.밀착미행.폭행.살인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띈다.

구애→위협→폭력→해결의 수순을 밟는 것. 문제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호한 거절. 긴 이야기가 필요없이 딱 잘라 '싫다' '그만두라' 고 말해야 한다.

그런 형태로라도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성립됐다며 즐기기 때문이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더라도 담당 경찰이 '사생활' 운운하면서 소홀히 하기 쉬우므로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전문가 상담은 필수다.

이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스토킹에 대한 개념조차 정리가 안돼 있지만 이는 분명한 범죄행위" 라며 "사전예방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는 물론, 안전 장치를 위한 법제정이 필요하다" 고 주장한다.

모자 (母子) 관계밀착.애정과잉.규범교육 결핍 등이 스토커를 만드는 원인인 만큼 어릴 때부터 아이를 독립적.자율적으로 키우는 것도 범죄예방의 한 방법. 미국은 90년이후 '스토킹방지법' 이 제정돼 피해자보호는 물론 가해자가 행위를 그만두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돼 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스토커들의 특징〉

1.말.생각이 어린애처럼 유치하다.

2.편지.전화의 빈도나 내용이 상식에 벗어난다.

3.눈 위에 꿇어 앉는 등 비굴할 정도로 자존심을 굽힌다.

4.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과시용으로 많이 한다.

5.유행에 민감하고 과시욕이 심하다.

6.외톨이거나 친구가 적다.

친한 친구도 원수가 되기 쉽다.

7.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 이라는 식의 흑백논리나 극단적 사고.행동을 한다.

8.남을 믿지 못해 요모조모 시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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