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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후세인 길들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1년 1월17일 시작된 걸프전은 불과 40일만에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정예부대라고 선전했던 이라크 공화국수비대는 전투다운 전투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괴멸했다.

미국은 전쟁목표를 쿠웨이트 해방으로 국한시켰다.

종전 직후 이라크 북부와 남부에서 쿠르드족과 회교 시아파가 일으킨 봉기를 미국은 수수방관했다.

쿠르드족을 지원할 경우 우방 터키와 관계가 나빠지고, 시아파의 봉기가 성공하면 대적 (大敵)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사담 후세인은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봉기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살아남았다.

그동안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라크에 가혹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한편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살상무기를 색출.폐기해 왔다.

유엔특별위원회 (UNSCOM) 무기감시반은 지금까지 스커드미사일 1백50기, 화학 및 생물무기 4만여개를 폐기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20여개 비밀벙커에는 아직도 많은 무기들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정부는 UNSCOM 무기감시반을 미국의 스파이라고 비난하고 반대시위를 선동하는 한편 감시반이 조사를 요구하는 장소에 민간인들을 수용해 이들을 '인간방패' 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는 반드시 색출해 폐기한다는 방침이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미국의 현재 입장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27개국이 미국을 지지했던 걸프전 때와 달리 현재 미국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나라는 영국뿐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중국.프랑스가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있어 미국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 아닌 독자적 군사행동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모로코 등 미국에 우호적인 아랍국가들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으며, 미국이 중동협상 실패 책임을 이라크 공격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걸프전이래 최대의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후세인 길들이기에 나선 미국과 벼랑끝 전술로 이에 맞서고 있는 이라크. 전운 (戰雲) 이 감도는 걸프지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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