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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아기 따오기’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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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남 창녕에 정착한 ‘우포 따오기’의 2세 한 마리가 탄생했다. 수컷 양저우(洋洲)와 암컷 룽팅(龍亭) 따오기 부부가 낳은 알이 껍질을 깨는 진통 30시간여 만인 4일 오후 11시28분쯤 새 생명으로 태어난 것이다. 따오기가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1978년 이후 31년 만이다. 따오기 부부는 중국의 후진타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증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17일 한국으로 건너와 우포늪에 살고 있다.

따오기 복원팀을 이끌어온 박희천(61·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사진) 교수는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따오기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며 “한국 텃새 무리에 따오기를 추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소장과의 일문일답.

-복원 과정을 설명해 달라.

“지난해 따오기 부부가 우포늪의 따오기 복원센터에 도착하자 1주일간 각방을 쓰도록 격리했다. 8시간에 걸쳐 1만9000여㎞를 이동하면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부부싸움을 벌일까 염려했다. 그런데 5일쯤 지나자 그물을 사이에 두고 암수가 마주보며 고개를 내미는 등 애정표현이 장난이 아니었다. 서둘러 신방을 차려줬더니 수컷이 암컷 머리깃털을 빗기고 다듬어주는 등 그런 애처가가 없었다. 발정이 안 돼 거부하던 암놈에게도 석 달 만인 올 1월 번식색(목에서 등·날갯죽지까지의 흰색 깃털이 짙은 회색으로 변함)이 나타나더니 2월 교미를 시작했다.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모두 6개의 알을 낳았고, 그중 하나가 부화에 성공했다.”

-나머지 5개는.

“지난달 1일 낳은 것은 무정란이어서 폐기했다. 지난달 3일, 6일 낳은 2개로 인공부화기에 넣어서 부화를 시켰는데 하나는 실패했다. 나머지 3개는 암수 따오기가 둥지에서 번갈아 가며 품는 자연부화 중이다. 이달 중순께 새 가족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비가 있었을 텐데.

“부화된 알은 3일 오후 6시부터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해 30시간여 만에 부화가 완료됐다. 8명의 복원센터 팀원들이 한잠도 못 자고 껍질 깨기를 도와주며 마음을 졸였다. 애석하게도 한 개는 성체까지 왔지만 껍질을 깨고 나올 힘이 달려 숨지고 말았다.”

-남은 과제는.

“최소한 50마리까지는 늘려 놔야 야생 방사를 하고 중국·일본과 개체 교류를 할 수 있다. 중국도 7마리로 방사까지 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99년 복원사업을 시작한 일본도 10년 만인 지난해 겨우 10마리를 자연에 풀어놨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 있는 따오기복원센터에서 4일 오후 11시28분쯤 탄생한 새끼 따오기.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들여온 수컷 양저우와 암컷 룽팅의 새끼다①. 인공부화의 도움을 얻어 알을 깨고 있는 모습. 알을 깨고 나오는 데 30시간이 걸렸다②. 양저우(左)와 룽팅은 현재 또 다른 알 3개를 교대로 품고 있다③. [경남도청 제공]


-앞으로 할 일은.

“새끼가 성장해 산란할 수 있는 어른 새가 되도록 2~3년간 바짝 신경 써야 한다. 한반도에서 30년 동안 본 적도 없던 따오기를 상대로 각종 질병·기후·영양·스트레스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 유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따오기를 추가로 기증받는 것도 필요하다. ”

창녕=이기원 기자

따오기 습성

■ 1부(夫)1처(妻)= 무작위로 암수를 같은 새장 안에 넣더라도 번식하지 않음. 눈 맞은 짝끼리만 번식

■ 정조 지키기= 부부 중 한 마리가 죽으면 남은 짝은 홀로 정절을 지킴

■ 자식 사랑= 암컷은 항상 알과 새끼가 있는 둥지 근처를 배회함

■ 가족생활=저녁엔 반드시 둥지로 돌아옴

자료:중국 양현 따오기보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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