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기외채 연장을 둘러싼 뉴욕협상이 29일 (한국시간) 일괄 타결돼 외환위기 탈출의 전기 (轉機)가 마련됐다.
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곧 상향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뉴욕.런던시장 등에서 한국 주요기업의 해외증권시세가 일제히 뛰어오르는 등 국제금융가에 긍정적인 여파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9일 뉴욕증시에선 포철의 주식예탁증서 (DR)가격이 주당 19.1달러에서 23달러로 하룻새 20.6%, SK텔레콤 DR는 7.1달러에서 8.1달러로 13.0% 올랐으며 코리아펀드 가격도 7.14달러에서 8.13달러로 13.9% 뛰어올랐다.
국내에서도 30일 대미 달러환율이 1천5백원대로 떨어지고 주가지수는 단숨에 550선을 넘어섰다.
이에 앞서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29일 오전 재경원 회의실에서 외채협상단장인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 부총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백40억달러의 단기외채를 만기 1, 2, 3년짜리 중장기 외채로 연장키로 7개국 13개 채권금융기관과 합의했다" 고 밝혔다.
적용금리는 6개월짜리 리보금리 (런던은행간 금리) 를 기준으로▶만기 1년짜리는 2.25%▶2년짜리는 2.5%▶3년짜리는 2.75%씩 가산금리를 붙이기로 했다.
29일 현재 6개월짜리 리보금리가 5.6%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는 7.85~8.35%로, 당초 J P 모건 등 미국 투자은행들이 요구한 10%이상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만기 2, 3년짜리 외채의 경우 6개월이 지나면 만기 이전에라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 도 포함됐다.
양측은 이와 함께 만기 1년짜리는 총 전환대상 외채의 20%인 50억달러까지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2년이상짜리로 연장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만기 1년이내 단기외채는 지난해 12월20일 현재 총외채의 52.4%인 8백2억달러에서 개별 금융기관들과의 외채연장 절차가 마무리되는 3월말까지는 총외채의 30%수준인 5백억달러 안팎으로 줄어 외채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S&P의 국가신용등급담당 부책임자 존 체임버스는 "가까운 시일내에 신용등급을 조정하겠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도이치 모건 그렌펠은행의 국제분석가인 피터 페터스는 "S&P가 투자부적격으로 돼 있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다음주초 세단계 올려 투자적격등급으로 끌어올릴 것" 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도 곧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뉴욕 = 김수길.김동균 특파원, 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