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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른 부처 표정…무장해제 재경원·통산부 망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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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정부종합청사 내에는 명암이 엇갈렸다.

대부분이 매서운 조직 감량 한파를 맞은 탓인지 '작으면서 일 잘하는 정부' 논리를 인정하면서도 역할 축소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반면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된 부처는 안도감을 표시했고, 힘이 세진 부처는 새로운 의욕을 보였다.

◇ 청와대 =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예산편성과 인사권을 갖는 것은 순수 대통령제 아래에선 당연한 것이며 옳은 방향" 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그렇지만 중요문제에 효율적 대처를 하지 못하면 화살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문제점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 총리실 =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총리 위상 강화' 공약을 믿고 있다가 다소 실망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다른 부처의 축소.폐지에 비교해 나아진 위상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간부는 "대통령직속의 기획예산처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면 총리실 위상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며 우려했다.

◇ 통일원 = 부총리급 기관에서 '부' 로 격하된데 대해 직원들은 "金당선자가 통일문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 위상강화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는 반응이다.

한 간부는 "통일원까지 IMF식 논리를 빌려 힘을 빼는 것은 문제" 라고 불만을 표시.

◇ 외무부 = 대외통상교섭 기능을 외무부로 이관하는 외교통상부안이 확정되자 "국제적 추세를 반영한 당연한 결정" 이라고 기분 좋아했다.

이기주 (李祺周) 외무차관은 "외교통상부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사전준비에 힘쓰고 조직개편 등 후속준비에 만전을 기하라" 고 지시. 한 당국자는 "통상부의 역할 축소는 당연하나 당선자측의 경제부처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큰 것 같다" 고 분석했다.

◇ 내무부 = 총무처를 흡수, 행정자치부로 새출발하면서 정부내 부처 서열이 2위에서 6위로 내려앉게 돼 서운해 했다.

존폐 위기에 몰렸던 내무부는 산하기구.조직을 대부분 유지하자 "그나마 다행" 이라며 안도했다.

◇ 교육부 = 통합.폐지설에 시달렸다가 존속만으로도 안도의 한숨. 그러나 교육부의 초.중등 장학기능을 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하고 대학자율화 정책으로 고등교육기능까지 축소될 움직임이어서 직제개편안에 관심이 집중.

◇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는 ▶정무2장관실 여성관련 정책업무 이관 ▶의정.약정국 및 한방정책관실 통폐합 등 내부 조직개편에 관심이 집중

◇ 환경부 = 산림청이 1급 외청으로 흡수되자 고무된 분위기다.

환경부는 산림청 흡수로 자연보전 업무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보고 내친 김에 (?) 내무부가 관장해온 국립공원 관리업무, 문화부의 천연기념물 관리업무 이관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

◇ 총무처 = 기능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내무부와 합쳐져 사라질 운명에 처한 총무처 직원들은 정부출범 이후 50년만에 사라지게 될 처지에 한탄했다.

한 총무처 직원은 "그래도 실무차원의 업무는 살아있다" 고 자위하면서 "처신에 능하기로 유명한 내무부와 어떻게 한집 살림을 할지 걱정" 이라며 경계.

◇ 공보처 = 사실상 공중분해되자 망연자실한 가운데 "할 말이 없다" 며 침울할 표정 일색이었다.

한 간부는 "광고기능이 아예 없어지고 방송관련 기능이 전부 정보통신부로 가버리고 국정홍보기능도 축소돼 총리실로 가버리면 뭐가 남는가" 라며 "마음을 비웠다" 고 허탈해 했다.

◇ 경찰청 = 총리실 소속 경찰청으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란 희망과 달리 행정자치부에 남게 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의 실질적 독립을 반대한 부처 (내무.법무부를 지칭) 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 이라고 분석했다.

◇ 재정경제원 = 부총리제 폐지와 예산실의 분리 이외에 금융감독기능과 대외통상 등 핵심기능이 떨어져 나가 사실상 '무장해제' 당했다고 보면서 "뭔가 어색하다" 는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 통과가 남아있는데다 현 정부가 시행주체인 만큼 조정될 여지가 있다" 는 말로 이번 시안에 대한 불만감을 내비쳤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특히 경제부총리가 폐지되는데다 3년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통합 이전보다도 조직이 축소된 점 등에 대해 특히 실망하는 분위기.

◇ 통상산업부 = 한마디로 '최악의 시나리오' 라며 경악하는 모습. 통상관련 조직 일원화 문제와 관련, '외교통상부' 안에 맞서 별도기구인 '통상교섭처' 를 만들자는 안을 주장했던 통산부는 그동안 관계요로에 열심히 설득작업을 해 우세를 점치고 있던 와중에 외교통상부안이 채택되자 크게 실망. 한 간부는 "선린.우호외교를 펴는 외무부가 철저한 실리외교를 펴야 하는 통상업무를 흡수하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 있을지 의문" 이라고 비판.

◇ 해양수산부 = 결국 2개 청으로 분리되는 것으로 결정되자 해양부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 해양부 한 국장은 "해양부가 출범한지 이제 1년4개월 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공과 (功過) 를 따질 수 있느냐" 며 "그동안 수산청과 해운항만청간 화합을 위해 사람도 섞고 조직도 합쳤는데 이를 다시 어떻게 나누느냐" 고 하소연.

정치부·사회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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