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암행어사' 한강 환경감시대…하루 150km씩 순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 23일 오전10시 팔당호에서 3㎞ 떨어진 경기도하남시천현동 제지업체 ㈜삼일공사 하수 처리장. 한강 환경감시대 김주희 (金周熙.52) 계장과 감시대원 서태영 (徐台映.37) 씨가 영하 12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수질검사를 하느라 하수 처리장 곳곳을 꼼꼼히 살핀다.

金계장은 허리춤에서 수소이온농도 (pH) 측정기를 꺼내 플라스틱병에 담긴 방류수의 수질을 잰다.

“수소이온농도 (pH) 값이 6.8이군요. 방류수 기준이 5.8~8.6이니까 합격이네요. 그렇지만 여기서 폐수가 나가면 수도권 시민 2천만명의 식수원인 한강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유념하고 항상 긴장을 풀지 마세요.” 金계장은 삼일공사 수질담당 이병환 (李炳煥) 대리에게 검사확인서를 떼어준 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 과 화학적 산소요구량 (COD) 측정용 시료 (試料) 를 담아 徐대원에게 건네준다.

金계장과 徐대원은 이 곳에서 15㎞ 떨어진, 고급음식점과 러브호텔이 즐비한 양평군강상면 '힐하우스' 단지로 순찰차를 몰았다.

이곳은 바로 팔당호 상수원과 이어져 있어 잠시라도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하면 엄청난 오.폐수 유입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업소들이 오.폐수 정화시설은 갖추고도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제대로 가동을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불시에 단속하는 방법을 써요.” 지난해 10월 발족한 한강환경관리청의 한강감시대는 이처럼 한강을 지키는 '파수꾼' 이자 '암행어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단속반원 39명과 공익요원 65명 등 모두 1백4명이 5개시 (남양주.용인.이천.하남.구리시) 와 4개 군, 63개 읍.면.동을 돌며 공장.축산 농가.민간업소.자동차정비업소 등의 오.폐수 처리실태와 건물 불법 증.개축을 감시하고 있는 것. 한강감시대의 베테랑 요원인 金계장은 수질단속에만 17년을 매달려 온 프로. 80년 환경청 발족과 함께 환경감시 일을 맡아 지금은 측정기 없이 물 색깔만 봐도 오염도가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하루에 1백50㎞씩 돌아다니지요. 겨울철에는 한강 주변에 있는 1만여개의 자동차정비업소가 인체에 해로운 부동액을 무단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설날연휴도 반납했어요.” 충남 부여가 고향인 金계장은 지금까지 17년간 명절에 고향 가 본 일이 손을 꼽을 정도다.

업체들이 연휴를 틈타 폐수를 흘려 보내는 일이 잦아 감시에도 연휴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강감시대는 이번 설 연휴에도 34명이 상황대기.이동순찰.초소근무조로 나눠 비상 근무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 환경오염 사고를 낸 업소에 대해서는 심야 특별단속을 병행하고 쓰레기 불법투기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비록 고향에는 못 가지만 수도권 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생각을 하면 보람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한편 한강감시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민간업소.기업.축산농가 등 53곳의 오.폐수처리실태, 쓰레기 불법투기 등을 적발해 고발했다.

그러나 한강감시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기동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순찰차가 7대에 불과해 주요 지점만 감시하는데 그치고 첨단 측정장비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겉돌 가능성이 크다.

한강감시대 조현구 (趙泫九) 대장은 “수질보호는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인 만큼 시민의식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홍보방안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하남·양평 =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