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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시안 의미…대통령에 '힘'모으고 작은정부 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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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정부조직개편심의위 (政改委)가 확정한 개편시안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강화다.

7개 부처를 통폐합한 것도 약간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정부를 움직이는 양날의 칼인 예산과 인사, 여기에다 앞으로 진행될 정부조직의 개혁업무까지 대통령이 장악하게 된 점과는 비할 게 아니다.

사실상 정부조직 전체를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겠다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의지가 확실히 반영된 셈이다.

특히 기획예산실은 당초 정개위 산하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되던 수준보다 훨씬 막강한 기관으로 태어나 새정부의 핵심기관으로 자리잡게 됐다.

기획예산실장은 당초 논의되던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으며, 예산기능에다 정부조직개편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예산을 통해 각 부처의 정책과 사업을 기획.조정.통제할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기능의 지방 및 민간이양 등에 대한 임무까지 맡게 되는 것이다.

기획예산실은 金당선자가 1차시안을 확정하기 직전인 지난 12일 박권상 (朴權相) 심의위원장을 만났을 때 "난국인 만큼 대통령이 국정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 며 예를 든 미국의 관리예산실 (OMB) 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당선자의 의지가 가장 확실히 투영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관리예산실은 대통령부 소속의 한 기관이지만 실장은 '부통령' 으로 통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당선자가 공약한 중앙인사위원회 역시 막강한 기능을 갖추었다.

고위직 공무원 임용과정에서 단순히 적격여부를 검증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공무원의 인사.보수 및 소청과 같은 권익보호기능까지 맡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총리실의 위상은 낮아졌다.

당초 당선자는 '총리실의 권한강화' 를 약속했지만 'IMF시대의 국정장악 필요성' 을 이유로 알짜배기 권한을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총리실은 기존의 권한마저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정부조직 편제상 총리실 산하였던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독립해 나갔고, 총리실 보좌기관으로 흡수된 공보처는 대부분의 기능을 상실한 채 1급이 장 (長) 이 되는 정부대변인 기능만 살아남았다.

법제처는 여전히 총리 소속 독립기관으로 남았지만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위상이 낮아졌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기능을 가진 금융감독위원회가 총리실 산하로 신설됐다지만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립기관으로 운영될 경우 총리권한 강화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총리의 보좌기관인 행정조정실이 국무조정실로 확대되면서 실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점은 총리권한의 강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부처의 정책조정 기능은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된 기획예산실이 예산을 통해 통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국무조정실의 조정기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권 창출의 동반자인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가 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총리권한의 위축과 대통령권한의 강화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작은 정부' 라는 공약에 따라 내각은 전체적으로 2원.14부.5처.2정무장관에서 16부로 축소되면서 7개 부처가 없어졌다.

국무위원의 수도 23명에서 16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 (部) 는 그대로 유지됐고, 기존의 처 (處)가 대부분 차관급으로 낮춰진데 불과해 실질적인 정부기능의 축소와는 거리가 있다.

부로는 유일하게 해양수산부가 폐지됐을 뿐이다.

공중분해된 곳은 총무처와 공보처. 총무처의 인사기능은 중앙인사위원회로, 조직기능은 기획예산실로 이관됐고 남은 기능은 내무부와 합쳐져 행정자치부로 태어났다.

공보처의 국정홍보기능은 문화부, 방송관련 인.허가권은 정보통신부, 추천권은 방송통신위원회로 각각 분산됐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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