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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자전거 뒤덮인 창원 “두 바퀴로 녹색 바람 일으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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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일 오전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창원시청 앞 중앙광장까지 중앙로 1.4㎞구간은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로 뒤덮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인사, 김태호 경남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 등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누비자를 타고 달렸다. 이들이 탄 누비자 핸들에 매달린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았다. “바람개비에는 대한민국에서 자전거 바람을 일으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라고 사회자가 소개했다. 누비자를 타기 전에 박완수 창원시장은 참석자들에게 GPS 기능이 장착된 공영 자전거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을 출발해 전국을 일주한 자전거 투어단이 3일 오전 ‘부산사랑 그린바이크 축제’에 참가했다. 전국투어단과 부산 지역 자전거 동호회원 등 1500여 명이 어우러져 부산 광안대교를 지나고 있다. [부산=뉴시스]

100여 대의 누비자 행렬 뒤로 지난달 25일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에 맞춰 출발한 전국 투어단 300여 명이 따랐다. 투어단은 수원∼춘천∼대전을 거쳐 전주에서 서부코스(광주∼목포∼창원)와 동부코스(대구∼울산∼부산∼창원)로 나뉘었다가 이날 창원에서 합류했다.

누비자와 자전거 투어단이 중앙광장에 도착하자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이 시작됐다. 창원은 자전거 타기의 모델 도시다. 자전거 도로는 물론 자전거 이용 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달곤 장관은 “정부는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도입한 누비자 같은 공영 자전거를 2012년까지 88개 지자체, 총 8만8000대까지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보다 값싸고 편리한 국산 공영 자전거의 생산을 지원하고 자전거 기증 운동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영 자전거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서울·대전 등 31곳이다. 이날 10곳의 광역자치단체장도 참가해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다짐했다.

행사 축하 공연은 모두 자전거를 테마로 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에어로빅과 공연그룹인 ‘노리단’이 바퀴를 굴리며 바퀴 위에 달린 악기를 연주하는 묘기를 뽐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막걸리 배달용 자전거와 우편물 배달 자전거, 등교용 자전거, 신문 배달 자전거 등도 선보였다. 외발자전거, 2인용 자전거, 앞바퀴가 사람 키보다 큰 자전거 등 이색 자전거도 눈길을 끌었다.

축전이 끝난 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옷을 입은 시민 6000여 명은 창원 시내 16.5㎞를 달리는 자전거 물결 행진을 벌였다. 출발은 박완수 창원시장이 지름 1m짜리 징을 때리는 신호로 시작됐다. 출발신호로 불꽃·폭죽·대포를 사용하던 다른 행사와 달리 징이 사용됐다. 행사장에서는 또 불꽃쇼·연막·레이저 같은 특수효과가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 ‘녹색 교통 수단’인 자전거의 상징성을 살리고,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로써 전국 13개 도시를 순회하며 자전거 퍼레이드와 투어를 펼치는 9일간의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은 막을 내렸다. 시민 김장호(45)씨는 “자전거가 교통수단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연 소재가 된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아들 강동균(6)군을 데리고 나온 강민수(35)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전거를 즐기는 습관을 길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김상진·황선윤·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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