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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습도는 유지하고 자외선·진동은 없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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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28면

유행이 지나간 자리엔 생활이 남았다.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고깃집·곱창집에서도 와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부끼리 집에서 와인 한잔 마신다는 사람도 늘었다.

와인 맛 살리는 와인냉장고, 어떤 걸 고를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바로 ‘보관’이다. 와인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병 속에서 숙성이 계속 진행된다. 주변 환경에 따라 맛과 향이 변한다. 보관을 잘 해야 제대로 와인 맛을 즐길 수 있다.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와인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와인냉장고(와인셀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냉장고는 국내에서 1만4000대가 팔렸다. 2005년(5000대)에 비해 세 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溫·濕·暗·風·臭·振·保
수석무역 와인아카데미 조수민 실장은 와인 보관 시 잊지 말아야 할 일곱 가지 조건으로 ‘온·습·암·풍·취·진·보’를 들었다. 먼저, 온도. 와인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제일 싫어한다. 섭씨 12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습도다. 70~80%가 최적이다. 그래야 코르크 마개가 잘 부풀어서 병을 꽉 조인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와인이 흘러나오고, 너무 높으면 레이블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셋째는 어두운 공간이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전등불은 필요할 때만 켜야 한다. 넷째, 통풍이 잘 돼야 한다. 다섯째, 냄새가 없어야 한다. 김치나 젓갈·훈제햄·페인트·니스 등 향이 강한 성분의 물체와 한 공간에 두면 안 된다. 그리고 와인이 출렁이지 않도록 진동이 없어야 하며, 고가의 와인이라면 보안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어떤 와인냉장고를 골라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조 실장은 “와인냉장고를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온도를 맞춰 두었을 때 그 온도가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외선 차단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와인나라 김유정 와인셀러 MD는 “와인은 빛이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맛과 향·빛깔이 손상된다”며 “와인냉장고의 자외선 차단 유리가 얼마나 확실한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 여부도 중요하다. LG전자 나주영 과장은 “냉장용 모터가 돌면서 진동을 일으키면 와인이 출렁거려 와인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습도 유지 기능 및 소음 여부 등도 구매자의 사용 후기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김치냉장고를 대신 쓸 수도
국내 와인냉장고 시장은 LG전자와 중국 업체 하이얼이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산 고가 제품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와인냉장고 시장의 40%를 장악하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6년 사실상 사업을 접은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홍보실 유길상 과장은 “냉장 기술 노하우를 접목하고 디자인을 차별화해 외국산이 장악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냉장고는 브랜드와 용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10병 안팎을 보관할 수 있는 중국산 제품은 20만원에도 살 수 있지만 200병 정도 저장할 수 있는 프랑스산은 6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LG전자는 각각 81병·61병·41병을 보관할 수 있는 3개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다. 섭씨 1도 단위의 미세 온도 조절이 가능해 와인 종류에 따라 알맞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소음을 24㏈로 낮추고 고급 원목 선반을 사용해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도록 했다. 81병을 보관할 수 있는 ‘R-WZ82GJX’는 제품 상단에 와인잔 걸이를 설치하고 자주 마시는 와인을 비스듬히 눕혀 보관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선반을 설치했다. 소비자 가격은 199만원, 옥션 등 인터넷에서는 최저가로 152만원에 살 수 있다.

하이얼 ‘JC-164G’는 와인의 종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온도에서 보관해 주는 전자식 온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2중 자외선 차단 유리를 채용했다. 60병 보관 가능하며 옥션에서 76만원에 살 수 있다. 2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윈텍의 ‘JC-48B’는 프레온 가스를 안 쓰는 친환경 제품으로 높낮이 조절 고무 다리가 있다. 소비자 가격이 31만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이 회사의 8병 보관 용량의 미니 와인냉장고 ‘JC-23B’는 16만4000원(옥션 최저가 기준)이면 장만할 수 있다. 밀레·GE·유로카브 등 유럽산은 수십년간 와인냉장고를 만들어 온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제품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국산 제품의 세 배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와인냉장고를 살 여유가 없다면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김치냉장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김치는 다른 칸에 놓아야 하며 진동 때문에 장기간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 실장은 “빛이 안 드는 서늘한 베란다 구석의 스티로폼 상자 안에 눕혀 보관하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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