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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실업시대]下.발등에 불 노동개혁…'뒷탈' 방지는(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군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 가 근육과 뼈까지 상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정리해고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경영진 주도의 공격적인 인력감축정책 (다운사이징) 이 많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면서 자성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인력감축정책은 우수인력 및 기업 노하우의 유출, 종업원들의 고용불안과 사기저하, 경영혁신활동의 참여부진, 노사갈등의 증폭 등 문제점들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덤 사이징' (잘못된 규모축소) 이라는 빗댄 말도 나왔다.

80년대 초반이후 미국에서 다운사이징정책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미국경영자협회가 94년 대량감원을 단행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4%의 기업만이 감원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하락했다는 기업은 각각 36%와 3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업원 사기저하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는 기업이 86%에 달했다.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람이 미국 근로자의 49% (94년 인터내셔널사 조사)에 달하고 있다.

96년 전직원의 25%에 해당하는 9백24명의 명예퇴직을 실시해 기업에 명퇴바람을 불러일으켰던 SK케미칼 (옛 선경인더스트리) . 유휴인력의 감축을 위해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했지만 당시 선두를 달리던 일부 중간간부들이 대거 지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더구나 명예퇴직 실시이후에도 2년동안 52명을 신규로 채용해 대규모 인력감축에 이은 인력 부족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돈 부시 미국 MIT대 교수는 “현재의 위기는 보다 구조적으로 해결해야지 임금.인원 감축만으로는 안된다” 며 “이는 집 짓는데 장식품에만 손대는 것과 같다” 고 비판하고 있다.

지나친 해고는 범죄 증가.지역공동체 붕괴 등 사회적 비용까지 증가시키는 만큼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몸집 줄이기 전략이 절실하다.

다운사이징은 이제 노사가 슬기롭게 타협할 수 있는 공생전략의 방향으로 모색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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