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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 못찾는 병원 '경영난 수술'…의료수가체계가 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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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IMF한파가 의료계를 강타하자 각 병원들이 경영난 탈출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의료의 질을 높이는 등 본질적이고 정공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미소작전이나 수술장면공개.관련상품팔기등 환자 환심사기에 머물러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 현재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병원은 고가의 신종 의료장비를 도입한 대형병원들. 서울대 병원의 연간 환차손은 무려 1백60억원에 달하고 삼성서울병원은 1백억원, 신촌세브란스병원 95억원, 서울중앙병원 78억원 선으로 만만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초긴축 살림에 들어간 각 가정은 웬만한 (?

) 병쯤은 진료를 안받거나 입원을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내원환자도 현저히 줄고 있다.

가장 민감한 분야는 단연 건강검진이다.

건강진단센터로 유명한 강북 삼성병원의 한 관계자는 "IMF한파가 불어닥친 이후 건강진단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이 절반정도로 줄었다" 고 밝힌다.

질병진료도 마찬가지. 특히 성형외과.교정환자를 중심으로 한 치과.피부과 등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질환의 진료과는 환자가 급감하는 태세다.

만성적인 환자적체가 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서울대학병원도 치과.성형외과등 진료환자수는 20~30% 줄어든 상태. 10년이상 서울 대림동에서 개원의사로 활동해온 D씨는 "요즈음은 웬만큼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으면 병원에 안가던 옛날로 돌아간 느낌" 이라고 개원가 현황을 설명한다.

불황 타개를 위한 병원의 대처방안도 갖가지. 3진아웃제를 실시하는 인천 길병원은 친절한 서비스로 IMF한파를 타개하겠다는 대표적인 예. 삼진아웃제란 환자.보호자로부터 불친절한 태도가 3번이상 지적된 직원은 파면 (?

) 하겠다는 것. 환자만족도 1위를 차지했던 강북삼성병원도 친절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일어서서.밝은 표정으로.환자 궁금증에 대해 친절하게 대답하겠다' 는 '3S운동' 을 전개하고 있다.

친절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개원가들의 개선방안은 의외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 안과를 개원한 서울 서초동 G의원은 환자.보호자에게 진료에 대한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수술장면을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 일단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하계동 H산부인과는 병원 옆에 임산부와 아기를 위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상품들을 골고루 판매하는 임산부 전문쇼핑센터를 열었다.

IMF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료계의 다양한 생존전략이 서비스를 높여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부병원들은 "현행의 불합리한 의료수가체계로 인해, 진료의 질을 높이는등 의료의 본질적인 측면은 도외시한채 진료외적인 면만 개선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은 문제" 라며 씁쓸해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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