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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서 경기장·오피스까지 다양한 활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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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6면

영화 ‘노잉’에서 주인공들은 태양 폭발로 지구가 위험해지자 동굴을 찾아 나선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도 혜성 충돌이 임박하자 미국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지하 방공호로 대피시킨다. 지하공간은 이처럼 위험을 막아주는 안전지대로 그려진다.
지하공간이 본격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영국·프랑스·미국 등에서 지하터널과 지하하수처리시설 등을 건설하면서부터다. 쓰임새는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지하공간도 자원

북유럽 국가는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지하공간을 방어 시설로 확보했고 점차 용도를 넓혀갔다. 대표적인 게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사용된 요빅 아이스하키장이다. 터널식으로 굴착된 지하경기장이다. 미국 미주리주 캔사스시는 40년대부터 지하의 석회암을 파낸 뒤 생긴 지하 30~60m의 여의도 5배 넓이 동굴을 저장창고·제조공장·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등은 교통시설을 지하에 건설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철도는 33년 스탈린의 지시로 지하 최고 84m에 건설됐다. 이 지하철을 본뜬 우크라이나 키예프 지하철(지하 120m)과 북한 평양 지하철(100m)도 땅속 깊은 곳에 세워졌다. 심심찮게 논의되는 한국~일본, 한국~중국을 잇는 해저터널은 해저 150~200m나 된다. 노르웨이 아이크순 터널은 해저 287m까지 내려갔다.

우리나라에서는 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 지하상가 등이 속속 등장했다. 99년부터 지하 60m에 아파트 12층 높이로 건설된 여천 원유비축기지를 비롯해 양수발전소·LPG저장시설 등도 세워졌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개발 규모가 작고 단편적인 데다 용도가 다양하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 지하공간협회(AUSA)는 지하공간을 ‘자원’으로 규정했다. ▶표층지하공간(3~30m) ▶지표접근지하공간(30~300m) ▶심층지하공간(300~3000m)으로 구분하고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땅속은 위험할 땐 대피 공간으로 부각되지만 평상시에는 외부와의 단절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과 불쾌감을 야기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지하상가·지하철역처럼 환기·조명 등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하공간이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지적한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인 데다 바위층이 개발하기 적합한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배규진 한국터널공학회장은 “지하공간은 한번 터널을 뚫으면 복구하기 어려우므로 효율적·계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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