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사내의 '윌리'를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그 회사의 독특한 조직문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말, 자주 들었을 것이다. 조직문화라? 민주적이냐 권위적이냐? 활기차냐 차분하냐? 서로를 물어뜯느냐 서로를 북돋아주느냐? 이런 것 따위를 의미할 것이다.

조직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체계, 신념 체계, 사고 방식의 복합체’ ‘조직문화에는 조직 내 최고관리자의 조직관리 이념과 전략 그리고 구성원들의 특성이 반영된다.’

뭔가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는 이 조직문화를 잘 이해해야 성공한다는 뜻인데, K사장은 이것도 결국은 인간관계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회사에 부임하면, 가장 먼저 그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아니, 캐고 들어 분석한다.

뭐, 이런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맞는 말이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K사장은 사내의 ‘윌리’를 찾는데 주력한다. ‘윌리들’이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윌리, 모르는가? ‘윌리를 찾아라’는 책에 나오는 그 윌리말이다. 그래도 모른다면, 각자 알아서 찾아보기 바란다.

자~ K사장이 찾는 윌리는 사내 인적 네트워크의 노드(node)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노드’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가? 이건 알려줄 수 있다. ‘복잡한 조직의 중심점’ 어떤 조직이건 이런 인물들이 있다는 건 잘 알 것이다.

K사장이 찾는 윌리는 겉으로 드러난, 공식적인 직함 상의 노드가 아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공식적인 직함하고도 별로 상관이 없는 노드들이다. 아웃사이더를 찾는 거냐고? 아니다. 인적 네트워크상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아웃사이더를 노드라 부르진 않는다.

노드를 찾다 보면, 빙고! ‘슈퍼노드’를 건질 경우도 있다. 거의 허브급에 해당하는 슈퍼노드를 찾는데 성공한다면,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이 슈퍼노드를 중심으로 노드들을 찾아서 연결 구조를 파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노드들, 그 윌리들을 찾아내, 사내의 권력관계도를 완성하는 일! 그것이 K사장이 취임 후 일주일 동안에 주력하는 일이다. 그 일? 쉽지 않다. 사내에 정보원을 곳곳에 박아놓은 것도 아니고, 취임하자마자 떠들썩하게 임직원들을 취조하듯이 해서 밝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사내 권력관계도를 완성하고 나면, 그 다음 일은 훨씬 수월하다. 슈퍼노드들과 노드들의 관계망과 역학관계를 잘 활용하면 아주 신속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파할 수도 있고, 의지하는 바에 따라 조직이 움직여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 권력관계망을 파악할 때, 윌리들의 성격과 역량을 파악하는 일도 K사장은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회사의 공식적인 조직도와 비공식적인 권력관계도 두 가지를 늘 머릿속에 넣고 다니며, 투 트랙으로 사업을 전파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이 그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일이 잘 굴러가는 듯 보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태업이 발생하는 이중적 상황을 타개하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어떻게 일주일 만에 숨은 윌리들을 다 찾아낸단 말인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이 방대하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사회망 분석’이라는 방법론이 없는 것도 아니고.

K사장은 취임 전에 사전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먼저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방면으로 수집해서, 가상의 사내 권력관계도를 그리고, 취임 직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보완해서 그것을 완성하는 식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활용하는 그만의 독특한 레서피도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공개불가! 알아도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 이해해주기 바란다.

당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윌리는 누구인가? 나는 윌리인가 아니면, 윌리의 배경 인물에 불과한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이종훈 칼럼니스트

▶ Joins 직장인 섹션 '사내정치' 칼럼 더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