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미용실 여주인 권총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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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현직 경찰 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미용실 여주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뒤 자살했다.

29일 오전 10시20분쯤 전북 군산시 경암동의 한 미용실에서 군산경찰서 나운지구대 소속 조모(46) 경위가 미용실 여주인 이모(37)씨의 머리에 권총을 쐈다.

집주인 문모(57)씨는 “갑자기 ‘탕’하는 소리가 들려 미용실에 들어가 보니 내실에 남자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머리에 실탄 한 발을 맞고 피를 흘린 상태로 발견돼 동군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 만에 숨졌다. 조 경위는 자신의 머리에도 권총을 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후 5시쯤 숨졌다.

조 경위는 이날 오전 8시20분쯤 지구대에 출근해 실탄 3발, 공포탄 1발이 든 38구경 권총을 무기고에서 받았다. 이어 오전 9시30분쯤 부하직원에게 “순찰을 나가야 하니 순찰차에 기름을 넣어오라”고 보낸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미용실을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미용실은 나운지구대에서 7~8㎞ 거리에 있으며, 10㎡의 면적에 작은 내실이 붙어 있다.

조 경위는 팀장으로 순찰요원이 아닌데도 이날 군산 바닷가에서 열린 집회에 다른 직원들이 동원되자 순찰을 자청했다.

198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조 경위는 2007년 서울에서 고향인 전북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지난해 9월부터 나운지구대의 팀장으로 근무해 왔다. 2년 전 경장지구대 근무 시절 미용실 부근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씨를 알게 된 뒤 자주 미용실을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 경위가 이씨를 좋아해 일방적으로 쫓아다녔으며, 이날 미용실 내실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순간적으로 권총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 경위가 38구경 권총에 들어 있던 실탄 3발, 공포탄 1발을 모두 발사한 것으로 보고 목격자와 지구대 동료 직원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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