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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틴 펠트스타인 칼럼

디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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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가격하락 전망은 산업 생산의 축소와 높은 실업률, 일반상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세를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국가들의 산업생산은 두 자릿수 비율로 줄었고, 일반상품의 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물가 하락은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경기 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디플레이션은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디플레이션의 가장 직접적인 역효과는 채무의 실제 가치를 늘리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채무의 실제 가치를 잠식해 채무자에게 이익이 되듯, 디플레이션은 채무의 실제 가치를 키워 채무자에게 부담을 준다. 현재와 같이 심하지 않은 디플레이션은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만약 이것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물가는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의 경우 빚의 실제 가치가 10% 늘어나는 셈이다. 물가 하락은 임금 하락을 동반하는 만큼 임금 소득에서 대출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진다.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디플레이션은 주택 소유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특히 미국에서 채무불이행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 낮은 물가는 기업 채무의 실제 가치를 높여 대차대조표를 악화시키고 기업의 추가 대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의 두 번째 역효과는 명목 금리와 인플레이션율 사이의 차이인 실질 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가가 오를 때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보다 낮다. 그러나 물가가 떨어질 때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를 초과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단기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에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없다. 실질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소유자와 기업은 신용 구매를 줄이게 된다. 이는 전체적인 수요를 줄여 물가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낮출 수 없다면 향후 물가 하락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장기 실질 기대 금리를 낮추라는 것이다. 실제로 FRB와 영국 중앙은행, 일본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명목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연 2% 수준의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인플레이션 목표에 매달려 온 중앙은행이 공개적으로 이 방침을 포기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추구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조치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엄청난 규모의 보유액을 쌓아 놓은 은행들이 경기가 회복된 뒤 대출을 늘렸을 때 나타날 급속한 인플레이션 말이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경제학
정리=하현옥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