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공주가 새 서울?] 배후 지역 "충청권 발전 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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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발표회에서 최고점수를 얻어 사실상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된 충남 연기.공주 배후도시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건축 및 토지거래 행위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탈락한 후보지 주민들은 자신들이 '들러리'를 선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배후 도시 주민 환영=연기군 조치원읍과 공주시.대전시 등 배후 지역 주민들은 지역 발전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 평가결과 발표 직후 연기군 남면 종촌삼거리에는 '경축 신행정수도 평가 1위'현수막이 내걸렸다.

공주시 지역경제협의회장 이홍복(59)씨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충청지역이 발전의 계기를 잡았다"며 기뻐했다. 조치원읍 노영근(45.신흥리)씨는 "우리 읍이 행정수도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 됐다"면서 "배후 도시로 발돋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북도는 청주권과 가장 인접한 지역이 새 수도 1위 후보지가 되자 크게 반겼다. 이상록 신행정수도 충북연대 위원장은 "배후도시로서 청주시가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의 오송 유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2위 지역인 논산시 상월면 주민들도 인근 연기.공주에 새 수도가 들어서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형우(55.한천리)씨는 "바로 인근 지역에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우리 지역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 우려=연기군 남.금남.동면 및 공주시 장기면 등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각종 건축 및 토지거래 행위 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보상가가 공시지가로 책정돼 경제적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연기군 남면 농민회장 육해일(45)씨는 "10여일 전부터 이곳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동네 노인들이 고향 떠날 생각에 한숨만 내쉰다"며 "보상가가 어떻게 책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최모(55.연기군 남면)씨는 "토지 이용이 엄격하게 규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이 행정수도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모(45.연기군 금남면)씨는 "현재 지역 땅이 평당 30만~4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후보지로 최종 결정되면 6만~7만원의 공시지가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보상가로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을 것"이라며 근심이 가득했다.

또 다른 후보지였던 천안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유력 후보지에서 일찍 탈락한 것이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천.음성.충주 등 충북 중북부 지역 주민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불만과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탈락 후보지 주민 반발=천안 및 진천.음성 주민들은 "하루 속히 각종 규제나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허탈해 했다. 김민수(43.천안시 목천읍)씨는 "우리 지역이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누가 봐도 신행정수도로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구색 맞추기에 내몰린 느낌"이라며 "후보지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건축제한이나 빨리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연기.논산.음성=조한필.안남영.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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