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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공포증' 극복하는 법…긍정적 사고 갖고 연습 늘려야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무대 뒤 또는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풍경은 다름 아닌 '무대공포증' 을 해소하기 위한 연주 (연기자) 나름의 비법 (秘法) 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무대공포증이라고 말하는 이 심리현상은 실은 '공연전 불안증후군 (performance anxiety)' 에 해당한다.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무대체질' 로 알려진 스타 연주자 (연기자) 나 아마추어나 모두 마찬가지다.

영화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리차드 버튼, 음악가 쇼팽.라흐마니노프도 무대공포증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이다.

육상선수들도 관중이 많은 대형경기에서 연습 때 보다 저조한 기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 67년 미국 가수 바버라 스트라이샌드는 12만5천명의 청중이 운집한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 중에 세곡의 가사를 연달아 잊어버려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때의 충격 때문에 27년간 라이브 무대에는 일절 서지 않았다.

열광하는 수많은 관중들 앞에 서거나 카메라에 녹화 사인이 들어오고 감독이 '큐' 를 외치면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초조함으로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이마와 손바닥에는 땀이 나고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면서 침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무대공포증은 어려운 레퍼토리, 독무대, 경연 (競演) 형식의 공연, 무대경험이 짧은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줄담배를 피우는 일은 흔하지만 공연 직전에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나 부끄러움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알콜에 의존할 경우 필요량이 점점 늘어나게돼 결국 기억력이 감퇴하고 무대경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국내에서도 콩쿨의 압박감에 시달리는 음악도들이 출연 직전 우황청심환 이나 혈압강하제 같은 약을 먹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주관적인 무대공포증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장기적으로는 신체 기능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무대공포증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이를 무대의 활기로 연결하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무대에 서기 전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리허설을 반복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사실 무대공포증은 청중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두개의 자아 (自我)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연주 (연기) 를 보여주는 자기의 모습과 이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불안감이다.

무대공포증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약간의 무대공포증은 에너지로 작용해 공연에 도움을 주며, 연주자 자신에게 연습과 준비를 더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심장이 뛰고 땀이 나는군. 힘이 용솟음치는 거야. 그렇다면 난 공연을 더 잘할 수 있어. 두렵다고? 누구라도 한번쯤은 실수하는 거야.”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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