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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서 한라까지 다향이 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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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은화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왕의 녹차를 마시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

경남 하동군 인근에서 자라는 야생차는 ‘왕의 녹차’라 불린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공이 당의 문종왕에게 선물로 받은 차종을 가져와 신라 흥덕왕에게 바쳤다. 왕은 이를 지리산에 심도록 명했다. 이후 쌍계사가 지어지면서 국내에 차 문화가 퍼지게 됐다. 하동의 야생차가 ‘왕의 녹차’라 불리는 이유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도 하동에 있다. 천 살이 넘은 이 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차를 ‘천년차’라 부른다. 1년에 딱 한 차례 잎을 딴다. 여기서 나오는 녹차의 수량은 200g에 불과하다. 이 녹차는 경매를 통해 100g이 13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올해로 14회째인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하동군 화개면 차문화센터·화개장터·쌍계사와 악양면 평사리의 최 참판댁 그리고 화개면과 양면 녹차마을 등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달 4일 섬진강 백사장에서 열리는 ‘섬진강 달빛 차회’다. 전국의 차협회에서 모인 3000여 명과 함께 밤에 달빛을 받은 섬진강을 바라보며 왕의 녹차를 마실 수 있다. 한반도에 처음으로 차를 전했다는 ‘대렴공’를 기리며 마련된 ‘대렴공의 씨앗을 찾아라’는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차 씨앗을 녹차 밭에 숨겨놓고 이를 찾은 관람객에게 황금씨앗 1돈과 다양한 상품을 증정한다. ●기간: 5월 1~5일. http://festival.hadong.go.kr 하동군 문화관광과 055-880-2375~9

차밭 여행의 1번지
보성다향제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감은 보성의 차밭은 그 자체만으로 절경이다. 녹차의 푸르름을 담아 가려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에서 채취한 녹차는 국내 녹차 생산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보성은 ‘녹차의 수도’라 불린다. 보성에서 열리는 차 축제 ‘보성 다향제’도 그 자존심에 걸맞게 가장 역사가 깊다. 올해로 35회째다.

이번 축제는 보성차밭 일원인 한국차소리문화공원에서 진행된다. ‘예절과 전통문화의 재발견, 자연과 건강이 함께하는 체험축제’가 주제다. 시청각·촉각·미각으로 나뉘는 행사 프로그램만도 82개에 달한다. 시청각 프로그램 ‘시선·소리’는 퓨전 국악공연, 안데스 전통민속공연, 마술쇼 등 모두 24개가 선보인다. 촉각 프로그램인 ‘감촉’에선 녹차두부 만들기, 찻잎 따기 체험, 찻사발 만들기 체험, 녹차 떡 만들기 등 26개 행사가 펼쳐진다. 미각 프로그램인 ‘풍미·향기’는 경연 12개 프로그램, 전시 4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차밭 인근에 위치한 일림산에서는 330여만㎡의 연분홍 철쭉이 붉은 바다를 이루는 철쭉제가 개최돼 함께 즐기기 좋다. ●기간: 5월 8~11일 http://dahyang.boseong.go.kr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23

자전거로 차밭 누벼라
제주 설록 페스티벌

제주(한라산)는 따뜻한 기온, 많은 강수량, 유기질 토양으로 중국 저장성(황산), 일본의 시즈오카현(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로 꼽힌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의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높아 비옥하다.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기능이 있다. 또 흙 사이 틈을 통과하는 화산 암반수로 인해 맑고 깨끗한 녹차가 재배된다. 올해로 3회째인 ‘설록페스티벌’은 제주 설록 다원, 오설록 티 뮤지엄 등에서 열린다. 축제의 주요 컨셉트는 ‘체험’이다. 설록 다원의 어린 녹차 잎을 직접 따고 볶고 말리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다원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다원투어’도 있다. 녹차 잎을 형상화한 연을 하늘에 날리는 연날리기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 좋다. ●기간: 4월 30일~5월 10일.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 080-023-5454

투박한 찻그릇의 기품
문경전통찻사발축제

전통 찻사발은 크기가 밥공기만 하다. 질감과 형태가 투박한 것이 특징이다. 경북 문경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서 생산된 찻사발을 ‘막사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찻사발은 조선 초기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가루로 된 말차를 타 먹는 찻그릇으로 정착했다.

문경은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물·땔감이 풍부해 예부터 도자기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서울과 영남을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지리적 이점까지 보태지면서 조선시대 백자가 대량 생산됐다.

문경의 찻사발은 장작 가마를 이용해 굽는 전통 제작 방식으로 만든다. 지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인간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씨를 비롯한 30여 명의 장인이 활동하고 있다. 전통 찻사발 축제가 문경에서 열리는 배경이다.

올해로 11회째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경새재도립공원 내에서 열린다.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 무형문화재특별전, 문경의 도자 100년 사진전 등 지역 도자기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축제 기간 내내 열릴 예정이다. 또 전국도예명장전에서 국내 도예명장 8인의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전통 사발뿐 아니라 세계 도예인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국제교류전’을 통해서다. 올해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24개국에서 전시에 참가했다.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찻사발 빚기, 찻사발 흙 맨발걷기, 가마불 지피기 등이다. 말차나 녹차 등을 찻사발에 담아 시음하는 행사도 있다. ●기간: 5월 1~10일. www.sabal21.com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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