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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영화광 소년, 바로 어릴 때 내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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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가스 제닝스 감독

사랑스러운 악동 콤비의 영화 만들기 대작전.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2005년 데뷔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열혈팬들을 이끈 가스 제닝스(37) 감독의 새 영화다. 무대는 1980년대 영국의 시골마을. 영화 ‘람보’를 보고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진 두 소년이 ‘람보의 아들’이라는 영화 만들기에 도전하며 엎치락뒤치락 소동을 벌인다.

 제닝스 감독과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닉 골드스미스 콤비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200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역대 최고 판매가로 팔려나간데 이어 2008년 ‘로카르노 영화제’ 관객상, 영국 ‘엠파이어 어워즈’ 베스트 코미디상 등을 수상했다.

감독은 데뷔 전 ‘라디오헤드’ ‘트래비스’ ‘블러’ ‘펫보이슬림’ 등 브릿록(Brit Rock) 밴드의 뮤직비디오와 CF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 그 인연으로 ‘트래비스’ 멤버 전원이 이 영화에 깜짝 출연했다. 5월 7일 개봉을 앞두고 그를 e-메일로 만났다.

-‘람보’의 충격이 그렇게 컸나.

“11살때 처음 보고 황홀한 전율을 느꼈다. ‘람보’는 나중에 고어영화(피튀는 잔혹한 공포영화)가 됐지만, 그때는 적을 죽이는 잔인한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다. 모든 역경을 딛고 생존한, 현명한 사람에 대한 영화였다. 당시 다른 액션 영화와는 다르게 느껴졌고 친구들과 아버지 캠코더를 갖고 다니면서 나만의 람보 스타일 영화를 만들었다.”

-극중 소년들은 영화를 찍기 위해 아주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던데.

“지렛대를 이용해 날아가고 워터 호스로 사람을 날리는 장면들은 실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할 정도로 위험한 장면을 많이 찍었다. 살아있는 게 행운이다. 자전적인 영화지만 실제와 다른 부분도 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다기 보다 그 시절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윌이 TV시청 등을 금지하는 엄격한 종교집단 ‘플리머스 형제회’ 소속으로 나오는데, 그건 영화적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다.”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연기경험이 전무한 두 아역 배우 윌 폴터左, 빌 밀러가 자연스러운 악동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의 일등 공신은 두 아역 배우 (빌 밀러·윌 폴터)의 자연스러운 연기다.

“캐스팅의 원칙은 연기 경험이 없고, 순수한 이미지의 배우였다. 런던에서 5개월 동안 수천 명을 오디션했다. 숙련된 아역 배우들은 연기를 연기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처음부터 제외시켰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천부적이다. 어른들은 연기를 하면서 배역의 느낌이나 동기에 대해 생각하는데, 이들은 주문을 하면 즉각 실제 같은 연기가 나왔다. 보다 자연스런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리허설을 줄이고, 아이들이 카메라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못 보도록 비디오 모니터를 없애기도 했다.”

-‘트래비스’ 멤버의 깜짝 출연이 반갑다.

“내가 연출한 2집 수록곡 ‘드리프트우드’ 뮤직비디오에서 ‘트래비스’는 양복과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학교 선생님들로 나왔었다. 그때 모습이 재미있어서 이번 영화에서도 똑같은 복장을 하고 학교 휴게실에 선생님들이 모여있는 장면을 찍었다. 단순히 우리의 재미를 위해서였다. 나는 내가 작업한 거의 모든 브릿록 밴드의 팬이다”(극중 프랑스 소년들 중 하나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친손자가 출연한 것도 화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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