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실 경영자 책임져야"…김대중 대통령당선자,4대그룹총수와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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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4대그룹 총수들과 조찬회동을 갖고 "기업 총수들이 자기자신의 재산을 주식투자 등을 통해 내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 강조하고 기업의 경영부실에 대해 경영진 퇴진 등 책임을 강화한다는 등의 5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기업의 구조조정시 지배주주 (사실상의 지배주주 포함) 는 자기재산 제공에 의한 증자 및 대출에 대한 보증 등 자구노력을 경주하고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조기도입 등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그룹내 기업상호간 자금 및 경영지원 관행을 원칙적으로 단절하는 등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문은 또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경영역량을 주력.핵심사업 부문으로 집중하는 등 핵심부문의 설정과 중소기업과의 협력강화 등을 명시하고 있다.

金당선자와의 회동에는 이건희 (李健熙) 삼성.정몽구 (鄭夢九) 현대.구본무 (具本茂) LG.최종현 (崔鍾賢) SK 회장 등이 참석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에 체류중인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은 당선자측의 사전양해 아래 불참했다.

金당선자는 그룹 총수들의 재산문제와 관련, "사유재산을 환수하라는 식의 일부 노동자들의 요구는 시장경제체제.민주국가에서 할 수 없는 일" 이라며 대기업 총수들이 자진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그룹 총수들은 "우리는 오늘의 경제위기가 초래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겸허한 자세로 투명한 기업경영 풍토를 조성하는데 책임을 다하겠다" 고 합의문을 통해 밝혔다.

전경련 (全經聯) 회장이기도 한 SK 崔회장은 "15일 있을 전경련 회원사 회의에서 金당선자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 고 말했다.

그룹 총수들은 또 金당선자측의 요청에 따라 17일까지 자체적인 구조개혁안을 작성해 제출키로 했으며, 대미 (對美) 외환유치단 수석대표인 김용환 (金龍煥) 비상경제대책위 대표는 이를 갖고 미국 금융기관 등과의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회동에서 金당선자는 한 회장에게 "불필요한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며 "그러나 전혀 사실이 아니니 개의치 말고 경영에 전념해 위기극복의 선봉에 서달라" 고 당부했다고 박지원 (朴智元) 당선자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또 "새 정부는 대기업을 적대시하거나 불이익을 줄 생각이 전혀 없으며 대기업이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하지 않는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도록 보장하겠다" 면서 "특히 특정기업에 대한 비호와 차별은 영원히 사라지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정치자금문제와 관련, 金당선자는 "법에 있는 이외의 정치자금을 요구하지도 않겠으며 법의 테두리에서 야당에 지원해도 과거정권처럼 시기하지 않겠다" 고 약속했다.

이날 회동엔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김용환 비대위대표, 김중권 (金重權) 당선자비서실장, 朴당선자대변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편 재계는 "비상경제체제아래서 金당선자의 개혁의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며 합의한 구조조정 5개항을 적극 수용해 실천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현대 등 5대그룹은 비서실 등을 중심으로 해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에 들어가 늦어도 17일까지는 그룹별 실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金당선자측이 제시한 '구조조정때 지배주주의 개인재산을 증자나 대출보증 등에 투입해달라' 는 주문에 대해선 곤혹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때 증자나 보증용이라는 단서가 따르긴 했으나 오너의 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원리나 사유재산권의 행사.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이라며 정부가 간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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