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8 세계의 조류]7.암흑의 아프리카…빈곤·분쟁 상처속 자립 걸음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도 새해가 되면서 아시아.중남미 등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아프리카가 지금은 빈곤과 혼란의 땅이지만 다음 세기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석유.금.다이아몬드.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의 공급처이자 세계 인구의 약 13%, 7억2천5백만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방대한 시장이라는 경제적 잠재력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오랜 세월 반복돼온 종족간 유혈분쟁.빈곤.독재.쿠데타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기회의 땅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우선 르완다.부룬디 등 중부아프리카에서는 98년에도 후투.투치족간 뿌리깊은 종족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룬디에서는 지난 1일에도 후투족 반군들이 수도 부줌부라의 정부군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2백50명의 민간인 등 모두 3백6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웃 르완다에서도 지난해말부터 집권 투치족과 후투족 반군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북부 아프리카의 이슬람교국 알제리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끔찍한 학살극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암울한 정치.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아프리카의 전반적 상황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아프리카의 98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98년도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올해 경제성장 예상치는 4.7%.이는 97년도 성장률 3.4%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며 아프리카대륙의 평균 인구증가율 (2.8%) 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아프리카 경제가 실질적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98년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들에 의존해 정권.안보유지 및 지역분쟁 해결.빈곤 해결을 추구했던 아프리카 대륙에 남아공.우간다 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운명은 아프리카인들이 결정한다' 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아프리카단결기구 (OAU) 정상회담은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지적된다.

아프리카 16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이번 회담에선 '역내 (域內) 분쟁관리 및 해결위원회' 설치와 '자체 평화유지군 창설' 등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98년은 정치.사회적 혼란의 수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외교적 자립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장도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