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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통해 동부 농구는 진화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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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로농구 동부에서 최근 최고 대우를 약속받고 KTF로 옮긴 전창진 감독은 농구계 최고의 타짜다. 화투나 카드 게임 등 잡기는 물론 승패가 걸린 모든 게임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그도 어려워하는 상대가 있다. 동부 감독 시절 함께 일했던 강동희(43·사진) 코치다. 강 코치는 인터넷 고스톱에서 한때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머리가 좋고 승부욕이 강하며, 심리전에 능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그런 강동희 코치가 27일 동부 감독이 됐다. 선수 시절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로 ‘코트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선수 은퇴 후 5년 만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연봉 2억6000만원에 3년 계약, 성적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신임 강 감독은 “골프나 당구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감독님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다른 부분에선 재미있는 승부를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농구에서 그럴지도 모른다.

강동희 감독은 “전 감독은 나의 롤 모델이다. 전 선배가 ‘나를 꼭 이기라’고 했고 그렇게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스톱 맞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강 감독은 “선수 시절 허재·김유택 같은 뛰어난 선배들과 함께 뛴 것이 행운이었다면 코칭스태프로 전창진 감독을 만난 것은 복이었다”고 말했다. 스타 선수의 때를 벗고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배웠고, 선수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동부의 전술도 달라질 전망이다. 강 감독은 “전 감독은 7~8명을 주로 썼는데 나는 10명 이상을 기용하면서 팀 내 경쟁을 부추기고, 누구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감독님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고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을 뭉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카리스마가 부족해 그런 부분보다 선수들에게 무한경쟁을 통해 기량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정을 중시하는 농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비를 하다 뚫리더라도 내가 의도한 방향대로 하다가 뚫리는 부분, 슛을 던져도 과정대로 가서 던진 슛이 안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과정대로 가지 않고 돌출행위를 하는 부분이 나오면 질책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동부의 간판 선수 김주성은 “선수 시절 ‘마법사’라는 별명을 가진 강 감독님이 벤치에서도 마법의 지휘봉을 휘두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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