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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고비넘긴 인도네시아…현지표정(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온통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비록 미국의 적극 개입으로 외환위기는 한고비 넘겼지만 여전히 군부의 쿠데타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또 수하르토 대통령의 망명설과 야당지도자 메가와티의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등으로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현지 소식을 보다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10일 이철호 도쿄특파원을 현지에 급파했다.

…급격한 경제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자카르타 시민들은 각종 악성루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설과 소요설, 트리 수트리스노 부통령에 대한 권력이양설 등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

10일에는 무르디오노 인도네시아 국무장관이 나서서 "이같은 소문은 모두 사실 무근" 이라고 해명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10일 시민들의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대해 사형처벌까지도 가능한 국가전복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군부 수뇌인 위란토 장군은 국민들에게 냉정을 되찾을 것을 호소하면서 "군은 경제위기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자들에게 가차없는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쌀과 설탕.우유 등이 이미 동난 상태였지만 외환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심리는 전날에 비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식인 쌀의 경우 오는 3월까지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 하고 남수마트라의 수도인 팔렘방시 등에서는 가격이 3배나 올랐으며 아예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지역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명의 학생과 젊은이들이 9일 자카르타 중심가에서 정부실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현정부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촉구했다.

'대통령 교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실시' 를 외쳤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재야 지도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여사는 10일 국민들에게 수하르토 (76)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자신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차기 대선후보로 선언했다.

메가와티 여사는 이날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일곱번째 연속 집권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고 촉구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나라를 경제위기에서 구할 능력을 갖춘 후임자가 나오면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그의 이복동생인 프로보수테조가 10일 밝혔다.

자카르타 = 이철호 특파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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