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조직개편' 일본의 충고…민주절차 무시땐 부작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7일 첫 회의를 연 한국의 정부조직개편위가 오는 26일까지 개편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데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입을 딱 벌리고 놀라는 모습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역시 한국은 대통령제라 의사결정이 신속하다' 는 부러움과 '20일간이면 위원들이 그 동안 마련된 개편안을 읽어 보고 소화하기도 벅찰 텐데' 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국의 정개위에 해당하는 일본행정개혁회의는 지난해 12월3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만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22개 중앙부처를 13개로 줄이는 작업을 1년만에 끝낸 것은 일본에서는 '초고속' 에 해당한다.

그나마 최종보고서는 새 성청 (省廳) 의 명칭과 개괄적 업무만 규정했을 뿐이다.

정부조직의 상세한 모습은 올해 국회에서 '중앙성청재편 기본법안' 이 통과된 후 약 5년에 걸쳐 다듬어질 예정이다.

이런 경위 때문인지 일본행정개혁회의 위원들은 한국의 개편작업이 졸속처리.시행착오 및 향후 궤도수정에 따른 비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개혁회의의 모로이 겐 (諸井虔.지치부오노다社 상담역) 위원은 "정부개편에 성공하려면 국민지지.지도자의 각오.관료의 자각 등 3대 요소가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조지 (上智) 대 교수인 이노구치 구니코 (猪口邦子) 위원은 "각계각층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개혁성공의 핵심" 이라며 "한국이 개편과정에서 체신업무 민영화 같은 난제를 성사시킨다면 이에 실패한 일본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또 사토 고지 (佐藤幸治.교토대법학과 교수) 위원은 "한국의 강한 리더십은 개혁에 순기능을 할 것" 이라면서 "그러나 강할수록 균형을 위한 견제가 필요하다" 며 '독주'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노구치 위원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만일 민주적 절차가 무시될 경우 부작용이 따를 것" 이라고 말했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