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편지 3158통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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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통령(우드로 윌슨)과 2~3분의 면담 시간을 갖게 주선해 주십시오. 직접 밀봉 문서를 전달하고 싶습니다.”(1919년 3월3일, 윌슨 대통령의 비서에게)

“나는 한시라도 빨리 상하이를 떠나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지도자들은 함께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아무런 일도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 저에 대한 김(규식)의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에게 맞추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는 것은 신(神)만이 알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1921년 5월27일, 파리의 황기환에게)

3·1운동을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던 국제정세, 임시정부를 둘러싼 노선 투쟁 등 독립운동사를 새롭게 조명해 줄 자료가 대거 공개됐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1875∼1965)이 1904~48년 국내외 인사들과 주고 받은 영문 서한·전보 3158통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소장 이정민)는 이승만이 직접 쓴 편지 455통과 받은 편지 및 제3자 사이에 오간 편지 등을 영문 그대로 영인한 『이승만 대통령 영문 서한집』(전 8권)을 최근 출간했다. 연세대가 1997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78) 박사로부터 기증받은 ‘이화장 문고’ 중 영문 서한을 정리한 것이다. 우드로 윌슨, 플랭클린 루스벨트 등 미국 대통령과 정계 인사들에 보낸 편지와 클레망소 프랑스 총리, 로이드 조지 영국 수상 등 1차 대전 전승국 수반들에게 보낸 편지 등이 수록됐다.

서한집 편찬에 참여한 오영섭 연세대 연구교수는 “이승만이 3·1운동 뒤 한성임시정부의 집정관 총재로서 워싱턴에 구미위원부를 설치한 경위와 갈등상, 서재필이 이승만을 도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내용 등이 이 서한집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며 “이승만이 펼친 ‘외교 독립운동’의 구체적 실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학술 자료들”이라고 간행의 의의를 설명했다.

기존 독립운동사 연구의 성과를 보충하고 수정할 새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료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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