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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인간살육 응징 여론…군부쿠데타 갈등서 '자작살인극'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인간 살육장' 으로 변한 알제리가 마침내 국제사회의 진상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적대세력에 대한 반대' 를 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도륙하는 '세기말적 패악' 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회교 금식성월 (聖月) 인 라마단이 시작되는 지난해 12월30일. 이날 하루 동안만 알제리 서부 4개 지역에서 4백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되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터져나온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클라우스 킨켈 독일 외무장관이 4일 알제리에 대한 진상조사단 파견을 제의한데 이어 옛 식민종주국인 프랑스의 위베르 베드린 외무장관도 즉각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곧이어 영국.스웨덴.미국이 국제사회의 진상조사를 지지한 데 이어 유엔인권위원회 메리 로빈슨 위원장도 "알제리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과 고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유엔특별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것을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알제리의 학살' 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92년. 91년 12월 실시된 지방의회선거에서 이슬람근본주의를 표방한 급진회교구국전선 (FIS) 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온건 수니파가 장악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면서 비롯됐다.

FIS는 즉시 군사정권을 '이슬람의 적' 으로 선포하고 정부에 대한 무제한 항전에 돌입했다.

모든 조직을 지하화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해 민간인에 대한 테러에 돌입했다.

게다가 FIS에서 갈라져 나온 급진적인 회교무장조직 (GIA) 이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집단학살을 주도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문제는 집권 알제리 군사정부내 내홍 (內訌) .반정부세력과 타협하는 것을 극력반대하고 있는 강경파가 군부내 강화론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자작 살인극' 을 연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피살된 국민은 약 8만명에 이를 것으로 국제사면위원회는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알제리 정부가 학살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면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할 수밖에 없다.

국제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알제리 학살' 을 강제조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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