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웅래 선양 회장의 맨발 경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쳤다.” 조웅래(50) 선양 회장이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마다 사람들이 한 말이다. 휴대전화 벨소리·컬러링(통화연결음악) 서비스업체 ㈜5425를 창업해 경영하다 소주 업체 선양을 인수할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그가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대회를 연다는 구상을 꺼냈을 때 회사 내부 반응 또한 똑같았다.

조 회장은 사람들의 예상을 보란듯 뒤집었다. 그가 인수한 2004년에 선양의 지역시장 점유율은 40%에도 못 미쳤다. 영·호남 지역 소주회사들이 해당 지역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그는 2005년 가을에 새 소주 ‘맑을 린’을 내놓으며 바람을 일으켰다. 대전·충남지역 시장점유율을 37%에서 50%로 끌어올렸다. 대전지역 시장점유율은 60%로 높였다.

“소주 회사가 무슨 마라톤, 게다가 웬 맨발?” 마라톤 마니아인 그가 맨발로 황톳길 걷기 대회를 열자고 했을 때 임직원들은 그렇게 수근댔다. 그러나 2006년에 처음 연 맨발로 황톳길 걷기 대회 ‘마사이 마라톤’은 이제 신청자가 몰려 5000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성황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마사이 마라톤을 벤치마크하기 위해 잇따라 대전 계족산을 다녀갔다. 지난해 태안 해변에서 연 ‘샌드 비스타’ 마라톤 대회엔 무려 4만명이 참가했다.

(중제)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느 한 가지에 미치도록 빠져 있으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조 회장은 “한 가지를 골똘하게 생각하다 보면 보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이 바로 계족산 숲이다. 그는 매일 아침에 계족산 숲길을 걷고 달리면서 “처음엔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그 다음엔 하루 일을 구상하고 새로운 구상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새로운 구상과 도전을 연이어 이뤄내자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이 가득차게 됐다. 조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선양을 작지만 강한 회사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새로운 제품을 여럿 내놓고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제품은 “세계적인 저도주 선호 추세에 맞춘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술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코노미스트 취재팀이 조 회장을 만난 것은 4월 24일 오전 계족산 걷기 코스에서였다. 닭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은 계족산은 높이 약 430m인 야산이다. 인터뷰는 비가 조금씩 뿌리는 가운데 두 시간 동안 걸으면서 진행됐다. 기자도 조 회장과 함께 맨발로 걸었다. 조 회장은 “오늘이나 내일 황토를 깔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미뤘다”고 말했다. 제4회 마사이 마라톤은 5월 10일 열린다.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기자 [cobalt@joongang.co.kr]

* 상세한 기사는 4월 27일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