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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계의조류]4.러시아·동구 시장경제의 장래(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러시아와 동유럽은 21세기에 다시금 세계무대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

80년대말과 90년대초 공산정권 붕괴 직후 극심한 경제.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러시아와 동유럽국가들이 97년을 기점으로 시장경제 개혁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 국가의 개혁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1998년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동유럽 개혁작업의 미래를 아직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준비해야 될 시점인 98년이 다음 세기 이들 국가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1998년에 러시아와 동유럽국가들은 전반적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정치면에서 안정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국제통화기금 (IMF).유럽부흥개발은행 (EBRD) 등 각 경제기구가 밝히고 있듯 이 지역 경제는 97년을 전후해 오랜 침체를 벗어나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 (GDP) 은 전체적으로 1.7% 성장했다.

올해는 3.5%대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공산주의 소련 해체후 극심한 경제혼란을 겪었던 러시아도 지난해 처음으로 1.7%의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는 2%가 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정치지도자들도 국내 통치 및 외교무대에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 (EU) 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가입신청이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은 루마니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동유럽.발트해 국가들은 경제개혁 성과를 바탕으로 서방측에 대해 EU 및 NATO 가입을 더욱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냉전시절 미국과 더불어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러시아의 경우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한 외교공세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일본 및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지구촌 유일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러시아는 올해도 옐친 대통령의 인도 방문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갈등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경제분야에서는 러시아.동유럽국가들과 서유럽.미국의 협력 및 상호 의존 관계는 더욱 더 심화될 전망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이 지역의 안정성이 강화되면서 ▶높은 이자율 (국.공채의 단기이자율이 평균 30%대) 과 성장하는 금융시장에 매력을 느낀 국제금융자본의 투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에 매력을 느낀 외국산업자본들이 이 지역에 대한 단순 판매전략을 바꿔 현지 생산 및 합작생산을 서두르고 있으며▶전력.통신.석유 등 매력적인 투자대상 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도 완전히 개방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침체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가리아.우크라이나.그루지야.알바니아 등 동유럽과 옛 소련권의 일부 후진국들엔 98년도 여전히 우울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경제침체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강력한 리더십이 결여돼 내부의 분리주의 세력 등과 사실상 내전상태에 있거나 난민문제를 안고 있어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EBRD가 밝히듯 이 지역이 현재 전체적으로 완연한 부흥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모스크바.베를린 = 김석환.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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