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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과학자,동해물 유입량 정확히 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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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반도는 동해와 뗄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동해물' 에 대해, 특히 과학적 차원에서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가 동해로 들어오는 물의 양이 얼마인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의 과학자들이 이런 동해물의 유입량을 이달부터 공동으로 측정하기로 했다.

특히 용도 폐기된 해저 케이블을 이용하기로 해 더욱 관심거리다.

동해에 물이 많고 적음은 엄청난 질적 변화를 동반한다.

고기가 많이 잡힐 것인지 여부나 겨울철 눈이 얼마나 내릴 것이냐는 문제는 물론 잠수함.간첩선의 공작 루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해수 유입량의 변화다.

서울대 해양연구소와 도쿄 (東京) 대 해양연구소는 대한해협 해저에 설치된 케이블을 해수량 측정에 활용키로 했다.

동해의 해수 유입 통로는 대한해협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용도가 끝난 통신 케이블로 해수 유입량을 잰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이미 도버.플로리다 해협 등에서 해수량 유입 측정에 이용된 바 있다.

서울대 해양연구소 김구 (金坵) 소장은 "대한해협으로는 대마 난류와 쿠로시오 해류가 들어온다.

해수 유입량은 해저 케이블 양쪽 끝의 전압 차와 비례한다.

따라서 전압 차를 재면 해수 유입량을 추정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간 양국 연구팀의 예비조사에 따르면 한국쪽에는 음전기가, 일본쪽에는 양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압 차가 클 때는 1V가량 나기도 했다.

양국 연구팀은 다소 막연하지만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해협을 통해 유입되는 해수량이 평균 초당 1백만t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여름철에는 유입량이 많아지고 겨울철에는 줄어든다는 기존 가설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金교수는 "동해 해수면 1천m 아래의 심층수 온도가 최근 0.2도 가량이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수의 이런 온도 변화는 엄청난 것이다.

따뜻한 해수의 유입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 말했다.

태평양상의 수온 상승 현상인 엘니뇨가 지구에 기상 재앙을 초래하듯, 동해의 수온변화는 동북아에 큰 재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지구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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