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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창업] 그 맛집엔 뭔가 다른 메뉴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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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떡쌈 삼겹살, 돼지고기 샤브샤브, 날치알 넣은 닭 날개, 도토리 삼겹살….

요즘 잘나가는 이색 메뉴들이다. 너도나도 '먹는 장사'에 뛰어드는 바람에 외식업 창업은 거의 무한경쟁에 가까울 정도로 과열 국면이지만 이색 메뉴로 성공하면 확실하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와 블로그 열풍 때문에 입소문이 한번 제대로 나면 손님이 몰린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는 최근 고객 수준이 높아지고 고객 기호도 다양해진 만큼 다른 업소와 차별화할 수 있는 이색 메뉴를 개발하면 불황을 이기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종로의 삼겹살 전문점 '떡쌈시대'는 얇은 떡피에 삼겹살을 싸 먹는 떡쌈 삼겹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체인점의 이호경 사장은 동남아시아의 라이스 페이퍼, 멕시코의 밀전병인 또띠야 등 싸 먹는 외국음식을 보고 이 메뉴를 개발했다. 63평 매장의 종로 점포에서 올리는 월 매출액은 1억4000만원가량, 순수익은 30%인 4000만원 선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3월의 한 창업박람회에서는 '날치알 닭 날개' 시식 코너에 손님들이 몰렸다. 닭 날개의 뼈를 발라내고 안에 날치알을 가득 채운 것이다.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날치알이 톡톡 터지기 때문에 느끼해서 치킨을 싫어하는 고객도 좋아한다고 한다. 이 메뉴를 개발한 황토장군 불바베큐의 공영태 사장은 일식집에서 김밥 위에 올라간 날치알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건 돼지' 서울 장안평점은 특이하게도 돼지고기로 샤브샤브 요리를 한다. 샤브샤브는 보통 쇠고기나 해물로 해 먹는 게 보통이다.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특유의 냄새가 나 샤브샤브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메뉴 개발자인 이 점포의 이제우 사장은 "항생제를 쓰지 않는 돼지고기를 쓰기 때문에 샤브샤브가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그는 항생제 대신 다시마.미역.인삼.미생물 등을 발효시킨 천연 면역증강제를 먹인 돼지라 육질이 고소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한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현재 이 점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숙성삼겹살 체인인 '큰들'은 도토리를 갈아 고추장에 넣고 삼겹살과 함께 사흘간 숙성시킨 '도토리삼겹살'을 개발했다. 도토리의 약간 떫은맛이 고추장의 매운맛과 어우러져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이어트 때문에 삼겹살을 꺼렸던 여성들을 도토리로 끌어들인 셈이다. 도토리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열량이 낮아 위에 부담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칼국수도 변신 중이다. 대구의 '해랑교 옹심이 칼국수' 정복순 사장은 팥죽에 주로 들어가는 옹심을 칼국수에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생감자를 갈아 만든 감자옹심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자녀 있는 가족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린이 입맛을 공략해야 한다. 낙지 칼국수와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일가샤브칼국수'는 어린이를 겨냥한 낙지 스파게티 메뉴를 만들었다. 매운 낙지요리 대신 간장과 토마토소스를 활용한 낙지 스파게티로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다.

점심에는 김치전문요리, 저녁에는 옹기 화로 삼겹살을 파는 '김치락'에서는 김치요리 외에 김치 스파게티와 김치 보쌈을 개발했다. 김치보쌈은 돼지고기를 마늘로 숙성시켜 다진 뒤 숙성김치로 둘둘 말아 놓은 음식이다. 김치 스파게티는 일반 스파게티에 들어가는 양념 대신 8개월간 숙성시킨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이밖에 해물떡찜(해물+떡볶이), 장뇌삼계탕(인삼 대신 장뇌삼을 넣은 삼계탕), 허브 요리, 꽃 샐러드와 꽃 비빔밥, 다이어트 면요리 전문점(해산물로 육수를 내 칼로리를 대폭 낮춤) 등도 눈길 끄는 메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조보경 대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결국 '맛'이 따라 주지 않으면 이색 메뉴를 대중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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