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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냐 헬기냐 … ‘400㎞ 경호’ 검찰은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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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준비에 착수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소환 시기와 방법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右)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뒤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하며 두 시간가량 머물다 돌아간 유 전 장관은 “위로하고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해=송봉근 기자]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3일 “서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오면 문재인 변호사와 일정을 협의한 뒤 소환일 이틀 전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재·보선 선거일 직후인 30일 또는 다음 달 1일 공개 소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때까지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속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불러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너간 600만 달러와 횡령금 12억5000만원의 성격을 추궁했다. 횡령한 돈을 보관하는 계좌 명의를 빌려준 이모씨와 최모씨도 소환해 추가 차명계좌에 대해 조사했다. 정 전 비서관은 횡령한 특수활동비를 집무실에 모아 둔 뒤 억원 단위로 빼내 이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청탁에 따라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정부의 경제·외교 관계자를 조사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에 대비해 검찰이 신경 쓰는 사항은 경호다. 소환 당일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시위가 함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 소관이다.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퇴임 후 7년까지 경호처가 경호한다. 이후 경찰이 경호를 맡는다. 현재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엔 10여 명의 경호요원이 머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대검 청사는 경찰·검찰·경호처가 3중의 경호선을 칠 예정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봉하마을에서 서울까지 5시간(400㎞)이 걸린다. 취재 경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경남 합천에서 서울로 압송할 당시엔 중간에 휴게소 화장실에도 들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군이나 경찰의 협조를 받아 헬기를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검찰 “정보 제공자 색출 하겠다”=검찰은 서면 질의서를 보낸 당일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보도가 나가자 취재원 색출에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1억원대 명품 시계를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로 빚어졌다.

이 보도가 나가자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망신 줄 목적으로 이런 내용을 흘렸다면 나쁜 행위”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내부의 정보 유출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 전 실장의 입장이 이해되고 기분이 매우 나빴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면진술서를 보내고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닫는다는 상황에서 검찰 관계자가 그런 사실을 흘렸다면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빨대(내부 정보 제공자)”라며 흥분했다.

이철재·정선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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