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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신풍속’ 부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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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힘내세요.” “멀리서 오셨네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부인 김행자 여사가 22일 경주 중앙시장을 돌며 나눈 인사다. 경북도당의 몇몇 여성 정치인이 그와 함께했다. 그는 21일 인천 부평을을 시작으로 5곳의 재·보선 지역을 누비고 있다. 23일엔 울산 북에 갈 예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박희태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이회창 총재, 정동영 후보의 부인 김행자·김영명·한인옥·민혜경 여사.

김 여사는 박 대표가 정치(5선)하는 동안 ‘지역구 관리는 부인 몫’이란 통설과 달리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죽하면 당 주변에서 박 대표가 이번 재·보선 불출마를 밝히며 “지난 휴가 기간 경북 예천 삼강주막에서 집사람이 저보고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인생도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고 한 게 김 여사와 관련해 가장 두드러진 에피소드란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는 “대표가 굉장히 열심히 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 또 지난 뒤 후회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 대표에게) 얘기했더니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사실 그간 재·보선은 ‘선거 달인’들의 장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번 선거에선 이들이 빠졌다. 대형 이슈도 없는 편이다. 한 표, 한 표 주워담는 게 중요해졌다. 부인들의 내조 경쟁이 도드라진 이유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부인들이 움직이는 건 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정몽준 최고위원의 부인 김영명 여사도 인기 ‘운동원’이다. 울산 북에 출마한 박대동 후보의 부인 정혜림씨와 같이 움직일 때가 많다. 옆 지역구(울산 동)에서 내리 5선을 하면서 쌓은 인연이 두텁다는 게 정 최고위원 측 설명이다. 정 최고위원 측은 “도와달라는 요청이 오면 최대한 돕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여사는 22일엔 경주를 돌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부인 한인옥 여사도 얼마 전 경주를 찾았다. 이 총재를 10여 년간 보좌했던 이채관 후보가 불국사까지 삼보일배하는 걸 두 시간여 동행했다. 불국사 주지인 성타 스님에게 “이 후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여사는 오랫동안 불교계를 챙겨왔다.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한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여사의 동선도 주목받고 있다. 전주 출신인 데다 선친이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 골목골목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 후보가 전주 완산갑에 출마한 신건 후보와 무소속 연대를 선언할 때도 동행했다.

정 후보 측은 “민 여사가 신 후보를 도우려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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