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고통분담 예외없다"…기업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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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대 그룹이 99년까지 해결해야할 숙제가 두가지나 추가됐다.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해소와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이 그 것이다.

이 두가지는 국제통화기금 (IMF) 이 긴급자금 지원 협상을 하면서 조기 실현을 줄기차게 주장한 내용이다.

IMF가 한때 '재벌 해체' 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두가지를 강력히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그동안 정부는 이 두가지를 조기에 실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해 왔으나 결국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명분은 고통분담 차원이지만 역시 IMF의 요구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우선 30대 그룹의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규모는 64조4천억원 (4월1일 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수출.건설공사 등을 위해 필요한 지급보증 등 규제대상에서 빼주는 것을 제외하고도 30대 그룹이 99년 3월말까지 해소해야 할 계열사간 빚보증 규모는 33조원이 넘는다.

이를 한꺼번에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도 당초 2001년3월말까지 단계적으로 해소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지만 1년여동안 33조원의 지급보증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때문에 99년 3월말이후 지급보증을 완전 해소하도록 법을 고치되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대안을 검토중이다.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의 경우 이번 임시국회에서 2000년3월부터 도입하도록 돼있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결합재무제표란 예컨대 A기업이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을 경우 이 그룹 전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만든 재무제표를 말한다.

지금도 외감법 적용대상인 자본금 60억원이상 주식회사는 '연결재무제표' 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연결재무제표는 30%이상 지분 출자관계가 있는 계열사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결합재무제표는 지분이 작더라도 오너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 등 공정거래법상 모든 계열사를 합쳐 작성해야 한다.

재벌그룹들이 이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결합재무제표가 나올 경우 해당 그룹의 전체 재무상태나 영업실태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두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선 재벌그룹들이 근본적인 수술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계기업을 잘라내고 필요없는 부동산을 팔아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필사적인 '몸집 줄이기' 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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