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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정치] 판세도 뒤집는 ‘로고송의 선거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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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래 없는 선거운동은 얼마나 썰렁할까요. 1900년대 초반 미국 대선에서도 등장한 로고송은 유권자들을 끌어 모으고, 흥을 돋우는 수단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4·29 재·보선이 열리는 선거구에선 지금 골목마다 유세 차량이 돌며 로고송을 틀어대고 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에 당과 후보자의 이름, 기호를 가사로 얹은 로고송은 종종 선거 판세까지 좌우합니다.

민주당은 고 박향림씨가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내세웠습니다.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대세는 민주당이야~”로 바꿔 가사가 딱 떨어집니다. 풍각쟁이란 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떠돌이를 말합니다.

민주당이 이 노래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MB만 믿어’로 개사한 데 대한 반격이랍니다. 당 홍보국 관계자는 “‘오빠는 풍각쟁이야’의 원래 가사도 오빠를 비꼬는 내용”이라고 귀띔합니다. 1938년 발표된 옛 노래라 저작권료 부담도 없었다고 하네요.

한나라당은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삽입곡을 골랐습니다. 베토벤의 비창소나타를 전자바이올린으로 빠르게 연주한 곡입니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지만 중간중간에 ‘한나라!’ ‘1번!’을 외쳐 유권자들을 자극합니다. ‘아들아~지구를 부탁하노라~’로 시작하는 노라조의 ‘슈퍼맨’도 젊은 층과 중장년 층에게 인기가 좋다고 자랑입니다.

로고송 효과를 톡톡히 본 선거로는 97년 15대 대선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을 ‘DJ와 함께 춤을’로 개사해 젊은 층의 표심을 파고들었습니다. 2004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드라마 ‘대장금’의 삽입곡 ‘오나라’를 ‘한나라’로 바꿔 히트를 쳤습니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에서 절치부심하던 때였죠. 당시 이상득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표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이미지와 ‘오나라’의 아련한 곡조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해 작곡가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인기 곡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2002년 월드컵으로 국민가요가 된 ‘오 필승 코리아’를 사용,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 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한 뒤라 두 당이 이 노래의 사용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한나라당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탐냈지만 민주당이 먼저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는 후문입니다.

예전 선거에서 반응이 좋았던 노래는 재활용까지 합니다. 민주당은 거북이의 ‘빙고’와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박상철의 ‘무조건’을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써 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은 “가사가 선거에 딱 들어맞아 고정 레퍼토리처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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