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때문에 미녀 왕관 빼앗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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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결혼은 남녀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믿어요.”

1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스 USA 선발대회에서 1등이 유력한 후보의 동성 결혼에 대한 소신 발언 때문에 왕관이 엇갈렸다고 미 ABC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미스 캘리포니아 캐리 프리진(21·사진)은 미스 USA 최종 결선 심사 도중 “동성 결혼을 모든 주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을 선택할 자유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와 내 가족, 그리고 나는 결혼이 남녀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무난해 보이는 대답이 문제가 된 이유는 질문한 사람이 미스 USA 심사위원이면서 공개적인 동성애자인 페레즈 힐턴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답으로 인해 프리진은 미스 노스캐롤라이나인 크리스틴 돌턴이 왕관을 쓰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ABC 방송은 “이 질문 전까지 프리진은 분명 앞서 나갔다”고 보도했다. 힐턴은 20일 MSNBC에 출연해 “미인 대회 역사상 가장 형편 없는 대답이었다”며 “이 때문에 1등이 되지 못했다”고 못을 박았다. 미스 USA는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야 하는데, 프리진의 대답은 수백만 명의 동성애자와 그 친구들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프리진도 대회가 끝난 후 “동성 결혼에 관한 질문이 내 왕관을 앗아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에서는 버몬트 등 4개 주만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6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가 5개월 만에 주민 투표로 폐지시켰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려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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