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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일터] 곳곳서 도움의 손길 ‘탈북자 회사’ 희망 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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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블라인드 제조업체 ‘메자닌 에코원’에서 일하고 있는 탈북자들. 이업체는 전체 직원 25명 중 21명이 탈북자인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파주=안성식 기자]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자 이승구(가명·57)씨. 2년3개월 전 아내·아들과 함께 남한에 정착한 그는 2개월간의 하나원(탈북자 교육기관) 생활을 거쳐 2월부터 아내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인테리어 제품(블라인드) 생산업체인 메자닌 에코원(Mezzanine Echoone)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북한에서 전문학교(대학)를 졸업한 뒤 사무직으로만 일했다. 남한에 온 뒤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처음엔 용접일을 하다 이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씨는 “수습 기간이 끝나는 5월부터 받을 봉급이 120만원으로 용접일을 할 때 수입(월 190만원)보다 상당히 적다”며 “하지만 용접일보다는 덜 힘들고 주5일 근무여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수가 지난해 말 1만5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일자리를 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이런 가운데 탈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메자닌 에코원이다. ‘메자닌’은 ‘1층과 2층 사이’란 뜻으로, 상류층과 취약계층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에코원’은 ‘생태’란 뜻의 ‘에콜로지(ecology)’와 ‘하나(one)’를 합친 말이다.

이 업체는 2007년 7월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대표 김동호·www.merryyear.org)이 추진한 ‘예비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김 대표가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에 먼저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민간단체인 열매나눔재단과 사회투자지원재단(정부 출연기관)이 각각 3억5000만원, SK에너지가 3억원 등 민·관·기업이 총 10억원을 공동 출연해 재원을 조성했다.

특히 SK에너지는 설립 자금을 대는 것 외에 회사 및 임직원들이 나서 구매 지원과 마케팅 부문 전문성 기부(프로보노) 등을 약속했다. 또 우드블라인드 국내 1위 생산업체인 우드림은 협력업체로서, 이 회사에 기술을 제공하는 것 외에 브랜드를 빌려주고 있다. 이 밖에 예원인테리어는 인테리어 공사 때 메자닌 에코원 생산품을 우선 구매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노동부 사회적기업과 나영돈 과장은 “이 업체는 다른 사회적 기업들과 달리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사회적 기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 25명 가운데 21명(여 18명, 남 3명)이 북한에서 왔다. 탈북자들이 대부분인 인적 구성이 이 회사의 성장잠재력이 되고 있다. 양경준 사장은 “극한 상황을 극복한 탈북자들이어서 그런지 임금이 높지 않은 데도 이직률이 경쟁 업체들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하나원 교육생들의 단골 견학장소가 됐다.

회사 측은 다음 달엔 조달청의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도 등록, 공공기관과 교회 등에도 생산품을 대량 납품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근로자 수를 현재의 두 배인 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20억원. 내년에는 롤스크린·선스크린 등 블라인드 소품 공장을 추가로 지어 연간 4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근로자(노숙인·장애인 포함)를 10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최준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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