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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경기 불 지피니 화학·전자·기계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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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의 공장’ 중국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이 맡았던 ‘세계의 시장’ 역할을 중국이 떠맡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다.

20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상하이 모터쇼는 이런 기대를 안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참가 업체는 희망적인 전망을 쏟아 내고 있다. 올 1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디트로이트 모터쇼와는 대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 3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증가한 111만 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펴고 있다. 이 중에서 자동차 구입 세금 감면과 농촌 지역에 대한 가전제품 구매 지원 정책 등은 특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3월 들어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2% 증가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정책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과거와 같은 수준의 중국발 특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철강과 화학·전자·기계 업종 등은 올 들어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굴착기가 주력 제품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덕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 중 18%가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나왔다. 올해 그 비중은 30%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중국 시장에서 굴착기 판매 실적은 40~50% 줄었으나 올 1월 27% 감소에 이어 2월에는 오히려 27% 증가했다. 비록 3월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32%가량 줄었지만 이는 지난해 3월 실적이 사상 최대치로 워낙 좋았던 데 따른 통계적 현상이다. 단순히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에서 굴착기 판매는 증가 추세다. 우리투자증권 하석원 애널리스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 좋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들도 3월 실적에 깜짝 놀란다. 당초 석유화학 업체들은 하반기께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회복 시기가 3월로 앞당겨지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중국 특수 덕분에 실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지 못해 증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투자증권 신은주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주요 합성수지 가격은 3월 들어 25~35% 올랐다”고 전했다.

증권 시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는 중국 증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21일 코스피지수는 미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급락 여파로 장중 한때 30포인트 넘게 떨어졌지만 0.42포인트 오른 1336.81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지수는 닮은꼴로 등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문제는 중국발 특수의 지속력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2007년 한 차례 깨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중국만의 힘으로는 세계 경제를 수렁에서 건질 수 없다”며 “미국과 유럽·일본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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