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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놀 땐 좋지만 주중엔 더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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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라 주5일 근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대상이 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풍부해진 여가 시간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 주중 업무강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까.

◇주5일 근무의 명(明)과 암(暗)=주5일 근무를 시작한 지 1년반 된 CJ의 배수정(32.여)대리. 배씨는 "처음에는 여행이든 자기계발이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배씨가 터득한 비결은 주초에 주말 계획을 세우는 것. 주말을 가뿐하게 보내기 위해 금요일 저녁 약속은 없앤 지 오래다. 부서 회식 날도 목요일로 잡는다. 주말을 쇼핑으로 허비하지 않기 위해 금요일 밤에 해놓는다. 배씨 가정의 외식비는 두 배로 뛰었고(한달 30만원선), 자동차 기름값은 30% 정도 늘었다. 배씨는 "비용이 늘어도 가족 간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아 만족한다"며 "요즘은 외출보다 독서.요리 등 집에서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원 주모(34)씨는 주말이 괴롭다. 주5일 근무 때문에 금요일 업무량이 폭증해 자정 넘게 일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금요일과 월말 정산이 겹칠 때면 파김치가 되어 토요일 새벽에 퇴근, 하루종일 잠을 잔다. 집에서 뒹굴며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릴 때면 아내와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진다. 주씨는 "과거 토요일에 일할 때는 밀린 업무를 그날 처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주중 업무강도가 엄청나게 세졌다"며 "주말엔 푹 쉬고 싶지만 가족들 요구와 자기계발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맘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문화가 바뀐다=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빙그레는 평소 금.토로 잡던 부서 워크숍 일정을 목.금으로 바꿨다. 또 20명 이상의 수요가 있는 레저.봉사활동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로 하고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사원들의 자기계발을 돕기 위해 주말강좌를 개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직원들의 능력 향상이 회사의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신세계는 어학.컴퓨터.경영강좌 등으로 구성된 '사이버 러닝센터'를 개설했으며, 삼성화재는 매주 토요일 오전 '글로벌 대학'이라는 외국어 회화 과정을 운영한다.

주중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농협유통은 평일 오전 10~낮 12시, 오후 1~3시에는 상담 및 전화 등은 받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토록 했다. 이 시간에 온 전화는 당직자가 모두 처리한다. CJ는 개인별 주간업무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짜도록 하고 있다. 주중 업무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근무 시간 중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투잡스 관심 높아져=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 부업을 갖는 투잡스족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주5일 근무제를 하고 있는 기업의 직장인들도 주말 부업으로 부가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박모(35)실장은 화장품 업체 근무 경력을 살려 주말에 메이크업 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다. 박씨는 "업무상 패션과 화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주5일 근무로 여유시간이 생겨 주말 부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최근 주말 부업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집안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웰빙.레포츠 관련 창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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