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7.<끝>지역·계층 '갈등의 골' 메우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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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후보로 집권에 성공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 역시 막중하다.

金당선자는 그가 주장하고 이룩한 '정권교체' 가 국가의 번영과 민주주의 발전에 과연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 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金당선자는 우리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우리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서 국정의 책임을 안았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가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뼈를 깎는 희생정신과 멸사봉공 (滅私奉公) 의 자세로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金당선자는 국정의 리더로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계층.노사간 이해에 따라 분열되는 갈등상은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난국타개를 가로막는 근본원인이기 때문이다.

金당선자는 과거 지역감정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던 만큼 누구보다 지역간 대립을 완화할 수 있는 적임자다.

건국이래 최초의 호남출신 대통령으로서 지역 주민의 소외감과 응어리를 풀어주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다른 지역의 소외를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간 개발과 자원배분에 있어 편중됨 없이 균형을 유지해야함은 물론 인사에 있어서도 지역적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격차의 합리적 조정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조세를 공평하게 부과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혁함으로써 모든 계층이 고통을 기꺼이 분담하고, 나아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IMF 한파로 밀어닥칠 고용불안과 실업사태를 대비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또다시 노사분규가 재연한다면 국제사회의 신인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오늘의 경제위기는 헤어나기 힘든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법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단하고 '보복사정' 을 행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金당선자는 전례를 통해 실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권교체에 거는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이세중<전 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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